기업인 사면 운 띄운 정부…대통령의 결단은?
2014-09-29 17:18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재계가 최근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내놓은 기업인 사면과 관련해, 겉으로 드러내진 못하지만 큰 기대를 걸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해 법적 구속으로 발목이 잡힌 기업인들, 이 가운데 대기업 총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이호준 태광 회장, 윤석금 웅진 회장 등이 꼽힌다.
여기에 최근 회고록 형식의 저서를 출간 한 뒤 대우그룹 해체와 자신을 포함한 대우그룹 최고경영진들에게 내려진 수십조원대 추징금 환수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이 명예 회복을 부르짖고 있어, 기업인 사면이 실현될 경우 대상 기업인의 범위는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 아닌 정부에서, 그것도 정책 최고 책임자들의 입에서 나왔으니, (정부나 청와대가) 적어도 시도 논의를 했다는 뜻 아니겠느냐. 좋은 신호로 본다”며 “경제 살리기는 정부 혼자가 아닌, 재계의 동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부터 진행해온 대기업 옥죄기가 쉼표 없이 과도하게 진행되면서 대기업의 정신적 피로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총수의 부재로 현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미래 신성장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것 못지않게 국내 기업 전체가 죄인으로 취급받으면서 벌어진 ‘신용 하락’ 등 내적인 고통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와 정치권도 당초 기업에 약속한 만큼의 규제 완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 입법을 성사시켜 기업이 뛰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많은 것을 잃은 기업들은 지나치게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크다. 적어도 기업이 처해 있는 ‘비정상’적인 혼란 상황을 수습하려면 총수의 경영복귀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청와대가 대승적 차원에서 기업의 의견을 받아주는 포용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물론 재계가 단순히 경영공백을 이유로 기업인 사면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인 개인의 과오는 인정하고 그 벌을 달게 받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총수에 대한 구속과정을 봤을 때,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과거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어느 정도 용납하고, 정부와 기업간 신뢰 구축을 위해 대통령이 큰 결단을 내려주길 바라는 것이다.
기업인 사면은 박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상태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아직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 적이 없다. 재계와 정계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여론의 반발을 최소화 하면서 경제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묘수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특별사면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 부각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의 특별사면은 총수들에 대한 특혜로 지목되면서 여론의 거부감이 컸다. 그보다는 잘못에 대한 처벌은 엄중히 따지되, 기업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업 경영으로 속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박병업 전 팬택 부회장은 법적 구속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응원보다는 팬택에 대한 지원을 등한시 한채 자기만 살겠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기업가는 이렇게 힘든 환경에서 전쟁을 하고 있다”며, “기업의 입장도 이해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며 기업인 사면도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