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더블트랙-콜옵션…신제윤 '신의 한수' 될까

2014-06-23 13:45


아주경제 김부원·문지훈기자 = 23일 발표된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은 무엇보다 매각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취임 당시 "(장관)직을 걸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성공시키겠다"고 말했을 만큼, 우리금융 민영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 매각이 남았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매각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동시분리입찰(더블 트랙 입찰)' '콜옵션 부여' 등 새로운 방안을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과연 신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이 과연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무리수가 될 것인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권 매각, 유효경쟁 여부가 관건 

이번에 내놓은 방안이 2010~2012년 추진됐던 1~3차 방안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사실이다. 1~3차 방안에선 우리금융의 경영권 지분을 일괄매각하려 했지만, 자금부담 등의 이유로 매번 실패를 맛봤다.

결국 우리금융 계열사들을 적절히 나눠 매각했고, 우리은행 역시 분할매각을 시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리은행 매각은 경영권지분 및 소수지분 매각 둘로 나뉜 '더블 트랙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은행 지분 30%에 해당하는 경영권 매각이다. 일단 금융지주회사 및 은행간 합병을 거쳐 소유 규제가 적은 은행 형태로 매각함으로써 잠재투자자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1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존속법인을 우리은행으로 변경했다"며 "또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이 변경돼 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해도 재상장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지방은행 및 증권계열 분리매각을 통해 경영권 지분의 매각규모가 축소돼 인수희망자의 자금부담도 줄었다. 그러나 경영권지분 매각의 유효경쟁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박 위원장은 "현재로선 유효경쟁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만약 성립되지 않아 유찰될 경우 30% 지분에 대해 또 다시 경영권지분 매각을 추진할지, 아니면 나눠서 매각할 것인지는 시장수요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차익을 희망하는 재무적 투자자들의 참여가 얼마나 활발히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재무적 투자자는 전략적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영권 입찰에 참여하거나 단독으로 소수지분 입찰에 참여 할 수 있다. 소수지분 입찰에 참여하면 1주당 0.5주의 콜옵션을 부여 받는다는 점도 이번 방안의 큰 특징이다. 

◆소수지분 입찰과 콜옵션 '당근' 부여 

소수지분 입찰에 참여할 경우 비금융주력자는 은행 지분을 4%까지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 4%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단, 콜옵션이 1주당 0.5주씩 부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6.66%만 입찰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경우 4%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포기 및 금융위 승인이 필요하다. 별도의 금융위 승인을 원하지 않는 비금융주력자는 2.66%까지 참여하는 게 유리하다.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투자자는 이번 입찰에서 10%까지 참여 할 수 있지만, 콜옵션 행사로 취득할 주식을 합쳐 보유지분이 10%를 초과하면 미리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위 승인을 원하지 않는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투자자는 이번 입찰에서 6.66%까지 참여하는 게 유리하다.

소수지분 입찰에는 개인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최소입찰 규모가 0.5%(약 400억원)로 설정돼 있어, 자금력이 취약한 개인은 사실상 참여가 어렵다.

하지만 자산운용사가 펀드에 우리은행 주식을 편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이 간접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금융위는 콜옵션 행사기간인 3년가량 동안 투자계획을 세운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주로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는 "이번 콜옵션은 낙찰주식에 비례해 부여될 예정으로, 주가상승시 투자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레버리지 투자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통상 만기시에만 행사할 수 있지만, 이번 콜옵션은 행사기간 내 언제든 행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시장안정 등을 위해 최소한의 콜옵션 행사 제한 등이 부과될 예정이므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콜옵션 세부내용은 시장상황 확인 후 9월 매각공고 시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