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출연자 사망 사건… 유가족 vs 제작진 vs 경찰

2014-03-11 10:00

SBS '짝' 여성 출연자 사망 사건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SBS '짝'을 통해 인생을 반려자를 찾으려 했던 여성이 돌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났지만 사망 원인을 둘러싼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유가족 측과 제작진 측, 그리고 경찰 측이 현저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서울을 떠나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전모씨(29). 최종결정을 앞둔 5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한 펜션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로 짐작되는 노트에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나 너무 힘들어서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라는 내용이 쓰여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은 단순 자살로 보고 수사를 계속 하고 있다.  

제작진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사후 처리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며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

그렇다면,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모씨의 장례가 치러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가족 측과 제작진 측, 경찰 측의 입장을 되짚어봤다.

# 유가족 측 "녹화 과정에서 문제 있었다"

사건 발생 직후 보도된 언론에 따르면 유가족 측은 전모씨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밝고 명랑하던 딸이 몇일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찰은 "유가족 측이 경찰에 '이러한 내용을 수사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없다. 다만 녹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문제점이 있었으니까 자살하지 않았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는 했다"면서 "고인 신변상의 문제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경찰에 따르면 장례 절차에 대한 유가족 측과 제작진의 입장이 원만하게 조율되고 있지 않다. 현재 고인의 시신은 서귀포 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되어 있으며, 고인의 어머니도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BS '짝'을 촬영했던 서귀포의 한 펜션

# 제작진 측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

전모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유가족 측과는 반대로 제작진 측은 조용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공식 입장 외에는 어떤 언론과의 접촉도 일체 차단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짝'을 총괄했던 박두선 CP 역시 현재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지금으로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사건 발생 펜션의 장소 협찬 부분에 대해서도 "제작진 입장에서는 말하기 곤란한 부분"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궁금증을 더욱 키웠다. 

경찰은 "유가족과 제작진의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양측의 협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장례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경찰 측 "단순 자살 판명, 자살 원인 파악에 주력"

경찰은 전모씨의 사망이 단순 자살에 의한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작진이 제출한 2시간 20분 분량의 영상에서는 타살의 징후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경찰은 "언론이 의심하고 있는 제작진의 강압성 여부라든지 촬영 이전에 신변상의 문제점 등 복합적으로 확인할 것이다. 제작진으로부터 7~8테라바이트 용량의 녹화 영상 전량을 제출받기로 했다. 명확한 자살 동기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추가 조사를 통해 제작진의 강압성 여부가 드러난다면 제작진을 추가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의적 비난을 받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