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짝’, 일반인 리얼리티의 종말
2014-03-10 19:35
‘짝’은 1주일, 168시간 동안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며 짝을 결정하는 과정에 재미와 자극을 버무려 내보내며 호평과 혹평을 오갔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출연해 대본도 없이 남녀 간 심리를 드러내는 모습은 신선했고, 사회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일명 ‘돌싱’, 이혼 남녀들의 사랑찾기는 그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 CEO가 섭외돼 간접광고 논란을 일으켰고 애인이 있는 사람이 출연했다는 항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성인비디오 연기자라는 주장도 있었다.
특히 ‘악마의 편집’은 ‘짝’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예고편과 본편이 달라 누리꾼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2012년 5월, ‘짝’ 26기 출연자 중 여자1호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제작진은 예고편에서 하버드대 출신으로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논란이 되자 본편을 통해 “하버드 비즈니스 과정이 아닌 익스텐션 스쿨(일종의 평생교육원)에서 공부 중”이라고 정확히 말하는 장면을 내보내는 것으로 해명 아닌 해명을 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어머니의 건강악화로 애정촌을 떠나는 상황에 직면한 여성 출연자를 불협화음 때문에 떠나는 모양새로 만들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반인에게 있어 자신의 의도와 다른 편집의 방향과 결과는 한 개인의 삶을 곤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하다. 연예인처럼 소속사가 있는 게 아니라 체계적 보호를 받을 수도 없다. 사전에 작성한 출연 계약서에는 ‘참가자는 촬영에 성실히 응하고 제작진의 지시를 이행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합숙에서 배제되는 등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조건 제작진의 지시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상황은 출연자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로 다가갈 수 있다. 물론 계약서를 승인한 출연자들이 원활한 방송 제작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제작진의 배려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어떠한 판단도 유보돼야 한다. 명확한 자살 원인이 드러나기 전까지 섣부른 ‘마녀사냥’은 위험하다. 다만 귀중한 생명을 잃은 만큼, 일반인이 출연하는 짝 찾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설 자리가 더 이상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