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시위 국내로 번지나… 15일 여의도 집회 열려

2011-10-11 17:57
은행 사상최대 실적 '돈잔치', 금융당국 고배당 자제 등 촉구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 항의하는 시위가 태평양을 건너 국내에도 상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민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예대마진을 늘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영 행태가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소비자협회를 주축으로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참여연대 등 다수의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금융자본 규탄 시위가 오는 15일부터 시작된다.

협회 관계자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15일부터 집회나 선전전을 개시할 것”이라며 “집회 장소는 여의도 증권거래소나 금융감독원 앞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파생상품 키코(KIKO) 문제, 대학생 학자금 대출 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은 궁지에 몰리고 있는 반면에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현 상황을 규탄하고 금융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황의 여파로 서민경제는 극도로 위축돼 있지만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손쉽게 돈을 벌어 배당과 성과급 등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올해 국내 은행들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2007년의 15조원을 넘어서는 20조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금리를 적게 주고 대출금리를 높여 받는 방식으로 예대마진을 늘린 탓이다.

이에 따라 주주들에게 지급되는 현금 배당액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과급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에게 월급여의 50~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러나 개별 은행들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구체적인 성과급 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 직원들도 성과급에 대한 기대가 높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62개 증권사의 2011 회계연도 1분기(4~6월) 순이익은 79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7% 급증했다.

주가 하락으로 2분기 순이익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지만 3분기 들어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어 2011 회계연도 전체로는 전년의 순이익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년 성과급을 지급회는 횟수는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올해 성과급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상회할 것은 확실하다”며 “영업 직원의 경우 성과에 따라 수십억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도 우려를 표명하며 고배당 자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장과 농협 신용부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금을 충분히 적립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 금융회사의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라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