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세금 거품'부터 걷어내라
2011-01-17 08:31
유류세가, 판매의 53% 앞질러..."가격구조 재검토"
이에 따라 차제에 소비자가격에서 국세 등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원가를 크게 웃도는 담배나 주류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가격결정구조 재검토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 첫번째 타깃으로 휘발유를 비롯한 유류의 가격결정구조를 수술대에 올리자, 정부 통제 하에서 가격이 결정돼온 다른 품목들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담배와 술은 사회적인 추세와 맞물리면서 가격을 내리더라도 대폭적인 소비량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 물가안정 의지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술과 담배에 대해 죄악세라는 명목으로 높은 세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을 정도다.
정부 가격 통제의 대명사격인 휘발유 가격은 정유사, 정부(국가), 주유소 등 세 가격구성의 주체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현행 유류세는 ±30%의 탄력세율과 정액제에 따라 ℓ당 총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 주행세(교통세의 26%), 교육세(15%), 판매부과금을 합쳐 국가영역에서 ℓ당 946.44원(53.0%)이 된다. 원가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세금비중이 판매가격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주유소 부문은 유통비와 마진을 합쳐 39.91원(2.2%)이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가 1.5%이므로 26.81원이 나온다 이 부문의 총계는 66.72원(3.7%)이라는 결론이다. 정유업계는 영업이익을 모두 포기해도 ℓ당 10원, 주유소업계도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다며 가격구조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힌 정부와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현 보건복지부 장관인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실이 지난 2006년 폭로한 유가구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 의원실은 당시 정부가 1998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2조5140억원의 부가가치세를 소비자에게 추가로 거둬들였다고 발표했다. 진 의원실은 4대 정유사와 금융감독원 제출자료를 토대로 정유업계가 정부의 묵인 내지 비호 아래 공장도판매가격보다 10% 이상 부풀린 가격을 보고했다고 했다.
유류를 제외하더라도 세금이 원가를 크게 뛰어넘는 담배·술 등 품목에서도 정부와 업계의 부적절한 공생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 부분에서만 거품이 걷히게 되더라도 물가안정에 그만큼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류의 경우 몇몇 종류를 제외하고 72%의 높은 세율이 부과되고 있다. 주류에는 주세 이외에도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고 있다.
정부는 2005년 점진적인 맥주세율 인하와 발맞춰 증류주(소주)의 세율 인상을 추진하려다 일반국민의 저항이 심하다는 이유로 72%로 타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맥주의 경우 수십년 동안 양대 업체의 독과점 형태로 생산돼오면서 가격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경쟁당국이 시설기준을 대폭 낮춰 중·소업체의 진입장벽을 낮추기는 했지만, 실제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공공기업인 KT&G가 사실상 과점판매 중인 담배(1갑당) 가격은 2500원 중에서 부가세(갑당 227.27원)를 제외하더라도 제세공과금이 1322.5원에 달한다. 특히 담배에 매겨지는 세부담이 물가상승률과 무관하게 급격한 상승을 보여왔을 뿐 아니라 세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강증진부담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혜를 준다는 측면에서 형평성 차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적지 않다.
박상원 한국조세연구원(KIPF) 박사는 "담배세율은 물가상승률과 유사하게 인상되었어야 한다"며 "가격정책이 시장에서의 수요·공급 등의 요인으로 결정되기보다는 정부 정책에 의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