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45%, 담배 61%, 술 72%가 세금으로..고과세 잡아야

2011-01-16 18:19
기름·술·담배값 원가구조는?

(아주경제 김선환·유은정·이광효 기자)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동차를 타고,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실 때마다 무의식중에 절반이 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 담배, 술의 원가구조를 분석한 결과 기름 45%(휘발유 1ℓ당 1820원 기준), 담배 61%. 술에는 72%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원가보다 세금 비중이 더 높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다.

16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름값이 오르면 소비자의 가계부담은 물론 물류비용 등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을 초래해 경기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정유사·정부 공장도가 부풀리기 내탓 경쟁”

정부는 이러한 유가대책으로 시장 경쟁을 통해 유통마진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이와 관련, 기름값이 오를 때면 항상 논란이 됐던 것이 유통마진의 적정성 문제인데, 이는 기름값의 원가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국내 유가는 유류세금과 정유사의 공급가격, 대리점 및 주유소의 유통마진으로 구성된다.

이 중 정유사의 공급가격에는 원유 구매비용과 수입관세 및 부과금, 정제비용, 유통마진이 포함돼 있다. 이때 원유는 정제과정을 통해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여러 종류의 연산품으로 가공되기 때문에 개별 제품의 원가를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정유사는 싱가포르 국제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을 고려해 국내 공급가를 산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국제가격 변동폭을 제대로 반영했는지가 문제시되지만, 아직까지 정유사나 정부 누구도 네탓 공방만 할 뿐 이 문제를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지난 2007년 10월 2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한 공장도가격을 부풀려 보고해 정유업계가 취한 폭리는 1998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25조1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1997년 유가 자율화 이후 석유제품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유사로 하여금 공장도판매가격을 '정확하고 성실하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공장도판매가격을 부풀려 결과적으로 기름값과 유류세들을 올려 정유사들은 폭리를 취하고, 소비자들은 높아진 기름값ㆍ유류세로 인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유사인 A사가 100원인 공장도판매가격을 110원으로 신고하면 그 정유사가 직영하는 주유소는 120원으로 소비자들에게 기름을 판매한다.

이러면 주유소와 A사는 폭리를 취하고 정부는 결과적으로 유류세를 더 걷게 되는 반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도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판매한 공장도가격을 솔직하게 신고하는지 제대로 검증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물가대책의 일환으로 기름값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기름값을 잡기 위해선 정유사의 공장도가 부풀리기 신고를 적절히 차단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류·담배·주류 원가보다 높은 세금 구조

기름값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류세금이다. 교통세(ℓ당 529원)와 교육세(79.35원), 주행세(137.54원), 부가세(74.59원)를 포함해 ℓ당 820.48원이 기름값에 포함된다.

소비자가 주유할 때마다 그날 기름값에 따라 포함된 세금의 비율이 달라지지만 통상적으로 기름값의 50% 내외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때문에 유류세를 낮추는 것이 기름값 인하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부는 2008년 탄력세율과 수입관세를 인하해 유가 상승을 억제했었다.

그러나 기름값 상승은 근본적으로 국제원유가 인상이 원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유가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한 전문가는 "석유 유통구조를 투명화하기 위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정부와 업계, 소비자 모두 기름값 상승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담배가격에 붙는 세금은 2500원을 기준으로 60%가 넘는다. 2500원인 담배에 붙는 조세와 부담금은 1534원이다. 담배소비세가 641원, 지방교육세가 320.5원, 부가가치세가 227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345원 등이다.

2500원짜리 담배 한갑을 피울 때마다 1500원이 넘는 세금(61.4%)을 꼬박꼬박 내는 모범납세자가 되는 것이다.

하루 한갑 피운다고 가정하면 월 4만5000원, 연간 54만원을 납세하게 된다. 이렇게 1만명이 담배를 피울 경우 세금은 54억원으로 껑충 뛴다.

술 역시 세금이 원가보다 더 많이 붙는 대표적인 고과세 품목이다.

소주 한병당(참이슬 360ml 기준) 원가가 417.40원. 여기에 주세(원가의 72%) 300.53원이 붙고, 교육세(주세의 30%) 90.16원, 부가가치세(원가와 주세, 교육세를 더한 것의 10%) 80.81원이 추가되면서 출고가는 888.90원으로 훌쩍 뛰어오른다.

맥주는 더하다. 소주보다 더 높은 주세(원가의 72%)가 적용돼 원가(하이트 500ml 기준)는 478.58원이나 출고가는 1019.17원으로 무려 3배에 육박한다.

소비자물가를 산정할 때 주류(맥주 1.5·소주 1.1), 담배(국산 7.4·수입 3.4), 유류(경유 10.9·등유 5.4·휘발유 31.2)가 차지하는 가중치는 총 60.9가 된다. 이들 품목의 가격이 각각 10%씩만 내린다 하더라도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5%, 전년 동월 대비)은 0.0609%포인트가 하락해 3.4391%가 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