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집권 4년차 벽두부터 ‘총체적 난국’

2011-01-12 17:52
인사 파동, 물가 앙등, 구제역 확산, 북한 리스크 등 동시다발적 ‘난제’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난제(難題)야, 난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4년차 벽두부터 ‘총체적 난국’에 봉착했다.
 
 “내 사전에 레임덕은 없다”며 “퇴임하는 날까지 ‘일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공언한 이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기도 전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자진사퇴’의 형식을 빌려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현 정부의 고질적 병폐인 ‘인사 파동’이 또 되풀이되고 만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정 후보자 사퇴 논쟁의 수위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지도부에 의해 증폭된 점을 들어 일단 당·청 관계 복원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앞서도 청와대 경호처 간부의 보안문건 유출, 그리고 감찰팀장의 이른바 ‘함바집 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지는 등 그동안 수면 아래 감춰져왔던 현 정부 인사 전반의 문제점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본격적인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정치권 안팎에 팽배해 있다.
 
 뿐만 아니다. 계속되는 물가 불안과 소득 양극화는 ‘경제 대통령’을 표방했던 이 대통령으로부터 지지층이 적잖게 등을 돌리게 만든 지 오래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선진 1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자화자찬에 불과하다”는 국민적 냉소도 여전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실시한 1월 첫째 주 주간 정례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4.2%로 전주 대비 0.2%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에는 46.6%로 전주보다 4.5%P나 올랐다.
 
 게다가 작년 11월 시작돼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에 대한 당국의 ‘늑장 대처’는 온갖 루머와 유언비어를 양산하면서 자칫 ‘제2의 광우병 쇠고기 사태’를 불러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지난 11일 국무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각의 결정 사항이 아닌 구제역 관련 루머를 거론하며 “매우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지난 6일에 이어 12일에도 구제역 대책 관련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하고 구제역 방역·예방대책을 위해 숙의했으나 “이미 퍼질 대로 퍼진 구제역을 잡기엔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더불어 지난해 북한에 의한 천안함 사태와 서해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고조된 한반도 안보위기도 현 정부 출범 이래 계속돼온 남북 간 경색국면과 맞물리면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마저 벌써부터 다음 총선과 대선을 향한 ‘각자도생’에 나서면서 ‘집권 4년차 증후군’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재선을 할 수 없는 대통령에게 자연스레 오는 임기 말 레임덕이다”며 “진정으로 좋은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은 레임덕이 거의 오지 않지만 실패한 대통령은 진작부터 이런 게 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