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내정 12일 만에 ‘자진 사퇴’

2011-01-12 15:29
“논란의 진상이 어떻든 국민에 송구… 청문회 봉쇄는 법치주의 오점 기록”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홀가분하다. 집착을 떨쳐버리니 마음이 편하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끝내 ‘자진사퇴’했다. 지난해 12월31일 이명박 대통령이 감사원장에 내정한지 불과 12일 만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의 후보자 사무실에서 회견을 갖고 “오늘 감사원장 후보자 지위에서 사퇴키로 결정했다”며 “부족한 사람이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돼 각종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그 진상이 어떻든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감사원장 내정 직후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력 등으로 정치적 중립성 훼손 시비가 일었으며 이후 과거 대검찰청 차장 퇴직 뒤 법무법인에 재직하면서 7개월 간 7억원(세금 포함) 가량의 급여를 받은데 따른 ‘전관예우’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특히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도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총선·대선 등을 앞두고 여론악화를 우려한 나머지 지난 10일 공개적으로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제시해 파장이 일었다.
 
 결국 정 후보자가 사퇴를 결심케 된 가장 큰 배경도 자신의 도덕성이나 자질 등에 대한 ‘흠결’보다는 본인의 문제가 당·청 갈등은 물론, 이른바 ‘인사 실패’론과 여권 내 ‘파워 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여권 안팎의 우려를 두루 감안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후보자는 “단 한 사람의 (국회) 청문위원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청문회에 임해 내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향후 초래될 국정 혼란을 감안하니 차마 고집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소회했다.
 
 다만 그는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한 건 재판 없이 사형선고를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국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여당까지도 청문회를 통한 진상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사퇴를 촉구했다”고 지적하면서 “청문절차를 정치행위로 봉쇄한 일련의 과정은 살아있는 법을 정치로 폐지한 것으로 법치주의에 큰 오점이 될 것이다”고 정치권을 향해 ‘못 다한 말’을 쏟아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와 함께 2009년 청와대 민정수석 퇴임 이후 몸담고 있던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직에서도 물러났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정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움을 나타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