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36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을 떠났다. 골드버그 대사 후임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 주재 대사대리로 임명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한국 주재 대사 공백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7일 오전 귀국길에 오른 필립 골드버그 대사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2년 반 동안 제 집이자 큰 애정을 가졌던 한국을 떠나게 됐다"며 퇴직 소회를 밝혔다. 이어 "시원섭섭한 감정과 아쉬움을 안고 떠나지만, 미국으로 돌아가 다른 모험과 36년간 외교관 생활 끝의 자유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 대해서는 "진정한 외교관"이라며 "우린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달 4일 조 장관과 나눈 대화와 관련해선 "외교관들이 으레 하듯 그 대화는 비공개하겠다"면서도 "조 장관을 존경한다"고 답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대화 전망과 관련해선 유보적 입장을 나타내며 "현재 정부에서 조건 없이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지만, 도발이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또 차기 행정부에서 완전한 비핵화보다 군축에 초점을 둔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북한) 비핵화가 계속해서 따라야 할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핵화는 비확산과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중요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 2022년 7월 부임한 뒤 약 2년 6개월 동안 한국에서 근무하며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데 힘써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그는 볼리비아, 필리핀, 콜롬비아에서도 대사로 지냈다.
현재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첫 주한미국대사로 재선 연방 하원의원 출신인 한국계 미셸 박 스틸 전 의원과 앨리슨 후커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