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열리는 금융위원회 산하 가상자산위원회 회의에서 법인 실명계좌 발급 허용과 관련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소, 은행권과 커스터디(수탁) 업계 등은 법인 계좌 허용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사전 준비에 나섰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위는 오는 15일 제2차 회의를 앞두고 있다. 회의 주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열었던 첫 번째 회의에 이어 법인 실명계좌 발급 이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커스터디 서비스가 필요하다. 블록체인 특성상 가상자산 지갑 보안키(Private Key)를 분실하게 되면 영원히 자산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커스터디 기업은 도난 위험이 큰 보안키를 관리해 주고, 고객별로 지갑을 운영해주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해 준다.
은행권에서도 법인 계좌 허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준비 작업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 커스터디 기업인 비댁스(BDACS)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비댁스는 대체불가능토큰(NFT), 토큰증권(STO) 등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는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9월 수탁 전문 기업인 비트고와 함께 국내 합작 법인인 비트고 코리아를 설립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한국디지털에셋(KODA·코다),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케이닥) 등 가상자산 수탁사를 세웠다.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은 최근 법인영업 분야 채용 공고를 내는 등 새로운 고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법인 계좌가 허용되면 개인으로 이루어졌던 가상자산 거래 시장이 기관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인 계좌가 허용되면 거래소 제휴 은행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은 특히 풍부한 법인 거래 경험을 가지고 있어 고객 유치에 유리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거래소 중 시중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는 거래소는 빗썸(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이다. 업비트와 코인원은 각각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이에 인터넷은행과 제휴를 맺은 거래소들이 법인 투자 허용을 기점으로 새로운 은행을 물색하거나 복수의 은행과 제휴를 맺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그에 따라 법인 계좌 운영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인터넷은행을 제휴 은행으로 두고 있더라도 법인을 대상으로 다른 은행과 제휴를 맺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