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이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이냐? 내가 좋은 아침을 즐기기를 네가 바란다는 뜻이냐? 아니면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좋은 아침이라는 상태에 대한 정보를 내게 주는 것이냐? 아니면 나와는 아무 상관 없이 네가 오늘 아침에 기분이 좋다는 의미로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는 것이냐? 또 아니면 좋은 일을 하기에 적합한 아침이라고 말하는 것이냐?"
빌보는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모두 다 포함합니다!"라고 답했다. 이 장면은 J. R. R. 톨킨의 소설 '호빗' 초반부에 등장하는 대화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얼마나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여기서 사용된 '좋은 아침'이라는 표현은 추상언어의 대표적인 사례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크게 추상언어와 구체언어로 나눌 수 있다. 추상언어는 물리적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언어다. 사랑·자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구체언어는 오감을 통해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사물이나 경험을 표현한다. 사과·나무 등이 해당한다. 추상언어는 고차원적 사고와 창의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지만 해석의 여지가 넓어 오해를 일으키기 쉽다. 반면 구체언어는 명확성과 전달력을 보장하지만 복잡한 개념을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단점도 많다. 우선 구체적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아 의미가 불분명하다. 또 추상언어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도한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추상언어를 깊이 이해하려면 뇌가 더 많은 정보처리를 해야 하므로 뇌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추상언어가 과도하게 사용돼 갈등과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정의'라는 추상언어를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은 '법 앞에 평등'을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법의 엄격한 적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 의견이 충돌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의'를 외치지만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갈등과 분쟁이 생기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추상언어를 잘 다루는 능력은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소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떻게 하면 추상언어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까? 첫째, 구체적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면 가능한 한 구체적 표현을 사용하고 추상언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가령 '보고서를 빨리 제출해 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보고서를 내일 저녁 6시까지 제출해 달라'고 시간을 특정해서 말하는 것이 좋다. 둘째, 추상언어를 사용할 때는 구체적 상황이나 배경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 좋다. '행복'을 말할 때는 이것이 '물질적 행복'인지 '정신적 행복'을 말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셋째,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즉 "제가 지금 설명한 '효율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셨나요"라고 질문하면 좋다.
추상언어는 우리의 사고와 의사 소통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면 오해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추상언어와 구체언어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고, 필요할 때는 구체적 표현과 배경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 추상언어를 잘 다루는 능력은 소통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역량이며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중요한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