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9일 금융안정·실물경제 지원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 규제는 국내 은행·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위기 상황 시 유동성 공급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 자본을 추가로 적립하게 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테스트(위기상황분석)에 따라 기존 최저자본 규제 비율에 더해 최대 2.5%포인트(p)까지 차등 추가 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은행권의 재무 여력을 확보하고, 기업 자금중개 기능을 지원한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전이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목표다. 금융당국은 당초 연내 금융위 의결을 거쳐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향후 시장 상황을 보면서 내년 상반기 중 도입 시기를 조율하기로 했고,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 대책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조치는 국내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조절로 한국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향후 금리 전망 수준을 나타내는 점도표를 수정해 내년도 금리인하 횟수를 당초 4회에서 2회로 줄였다. 시장 예상이 유지 또는 한 차례 축소였던 점을 고려할 땐 강력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신호로 해석됐다.
시장은 곧장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5원 급등한 1453.0원으로 출발했다.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은행권에 기업 외화결제·대출 만기를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기업들은 은행이 먼저 처리한 수출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하는데, 연말 결제 수요가 몰리면 환율 폭등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업금융 상황점검회의'에서 "대내외 여건으로 인해 기업들의 자금조달 상황이 어려워진다는 일부 우려가 있다"면서 "내년도 정책금융 공급계획에서 중점 분야에 충분히 자금을 공급하고 미래 성장동력인 혁신 기술과 기업에 대한 투자지원도 확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오전 '확대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조치들이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상을 벗어난 금리·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시장안정에 전념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