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계가 한국 정부와 의회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법에 또다시 공개 반대했다. 이 법이 미국 기업들을 사전 지정·규제해 기존에 합의한 무역질서를 위반한다는 주장으로, 입법이 추진될 경우 향후 통상·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미 상의)는 17일(현지시간)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미 상의는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 접근 방식에 대해 여전히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미 상의는 “이 법에 따라 규제받는 회사는 지금까지 해온 일반적인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대상이 되는 회사들은 공정위 제재가 두려워 적극적인 경쟁을 피할 것이며, 투자도 꺼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 상의가 언급한 법안은 한국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다. 플랫폼법은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자사 우대·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와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이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미 상의는 지난 1월에도 한국 정부가 추진한 플랫폼법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당시 미 상의는 “외국 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정부들을 무역 합의를 위반하는 위치에 처하게 한다”며 플랫폼 사전규제법이 통상 분쟁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미 상의는 이날도 통상 분쟁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 상의는 “기업의 활동에 대한 정부의 세세한 관리로 인해 한국의 성장과 장기적 경쟁력이 둔화할 것”이라며 “한국이 국제 무역 약속을 어길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파트너”라며 “정치적 전환기에 도래한 미국은 경제 성장에 대해 한국과 공동의 의지를 바탕으로 협력해 양국간 경제 안보와 무역, 투자 관계의 지속적 강점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DC 정가에서는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시도에 반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9월 정치전문매체 더힐 기고에서 “미국 기업들, 특히 기술 개발 분야의 기업들이 해외에서 동맹과 적국 양측의 보호주의 정책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중요한 디지털 교역 상대국인 국가들, 결정적으로 미국의 동맹인 일본, 한국, 브라질, 터키 등이 자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기술 경쟁을 방해하려는 (유럽연합과) 유사한 노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더힐 기고를 통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을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