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카드·캐피탈사가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한 규모는 총 14억 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우리카드는 이달 초 4억 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을 해외 ABS 방식으로 발행했으며, 현대캐피탈은 약 1조원에 달하는 7억 달러 규모의 해외 ABS를 발행했다. 이는 현대캐피탈이 지난 2022년 해외 ABS 발행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롯데카드도 지난 12일 3억 달러(약 4200억원)의 해외 ABS를 발행했다.
ABS는 부동산, 유가증권, 주택저당채권 등 기업이나 은행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기초로 발행된 증권이다. 카드·캐피탈사들은 수신 기능이 없는 탓에 채권을 발행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ABS는 담보를 둔 채권인 만큼 금융회사의 채권은 신용등급이 높고 상대적으로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특히 그동안 회사채를 대부분 국내 채권시장에서 조달해 오다 보니 국내 정치·경제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실제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카드사들의 위기감은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로 치솟았고, 외국인의 자금이탈도 심해지고 있어 채권시장에선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약한 카드·캐피탈사는 자금 조달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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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리스크를 고려할 땐 카드·캐피탈사들의 해외 조달 움직임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제2금융권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정부의 외화 차입 관리 수준이 완화된 분위기"라면서 "금융 인프라가 탄탄한 해외 주요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금리가 더욱 낮을 수밖에 없어 해외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