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며 현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 이행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집주인들이 임대차법 등 정책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세입자가 원할 경우 계약갱신을 무제한으로 청구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가 임대인들의 반발에 철회되긴 했지만,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향후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한 형태의 법안들이 우후죽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인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전세 매물 감소 등 임대차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도입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임대인에 대한 ‘역차별’ 지적이 제기되면서 현 정부가 해당 법안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해 왔으나, 탄핵 정국 돌입으로 임대차법 개편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대차 2법과 전월세 신고제를 포함한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을 무제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1회로 한정된 계약갱신청구권을 임차인이 제한 없이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함께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70%를 초과할 수 없게 하고, 지역별로 적정임대료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적정 임대료를 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개정안 내용이 알려지면서 임대인 반발이 거세지자 공동 발의한 야당 의원 10명 중 절반이 법안 동의 서명을 철회하면서 법안은 지난 9일 자동 철회됐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무제한 갱신권 사용과 표준임대료 도입은 임대인에 대한 과도한 재산권 침해는 물론 전세 물건 감소와 임대료 급등, 월세 가속화로 오히려 임차인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임대인과 임차인을 악과 선으로 단순하게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현행 최우선변제금 제도가 임차인 보호에 한계가 있는 만큼 모든 임차인이 보증금 액수에 관계없이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받도록 하는 등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들이 올라와 있다.
임대인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은 장기적으로 주거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 대부분의 임대인은 월세로 전환하거나 매각 후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며 "공공이 모든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없는데 민간의 임대물량이 줄게 되면 결국 전월세 가격은 급등하고 양극화가 심해지는 등 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