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 실종] 텅 빈 홍대·명동 거리…손님 30% 줄고 외국인 관광객 발길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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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가 텅 비어있는 모습 사진정연우 기자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가 텅 비어있는 모습 [사진=정연우 기자]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홍대 레드로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 명소 중 한 곳이자 밤에는 음악 소리로 가득한 버스킹 메카지만, 이날만큼은 한산했다. 평소라면 쉽게 눈에 띄는 인기 매장 앞 대기 줄도 자취를 감췄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크고 작은 시위가 서울 주요 도심에서 들불처럼 번지자 핵심 상권이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이날 유명 화장품 가게에서 근무하는 한 20대 직원은 "(계엄 선포 전후로) 손님 수가 체감상 30%는 빠진 것 같다"며 "서양권은 물론 동양권 관광객도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집회 인파가 집중된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식당가 상황은 더 심각했다. 탄핵 집회에 수십만명이 모여 도로가 통제된 데다 소음 탓에 손님들이 예약을 취소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평소라면 점심시간에 줄을 선 직장인들로 번잡했을 식당가 통로는 식재료와 빈 병맥주가 담긴 플라스틱 상자만 놓여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해장국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저녁 시간대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다른 가게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 있는 대형 먼세점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찾기 어려울 만큼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황도은 수습기자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 있는 대형 면세점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찾기 어려울 만큼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황도은 수습기자]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동 역시 연말인데도 불구하고 거리는 다소 한산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만이 곳곳에 있었을 뿐 대부분의 가게에는 손님이 없었다. 관광객에게 특히 유명한 화장품 가게의 직원은 "보통 금요일과 주말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데 계엄 사태가 터진 이후부터는 손님이 줄어들었다"며 "지난 주말에도 거리가 텅 비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비상 계엄 선포로부터 촉발된 대통령 탄핵 정국이 도래하면서 연말 특수 효과를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명동역 앞 메인 거리 한 골목에는 호객꾼들이 길가에 다니는 사람들보다 많을 정도였다. 명동은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외국인 관광객에 내국인 인파까지 몰리는 서울 핵심 상권이다.

최근 명동 인근 백화점들이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하면서 '인증샷 성지'로도 불린다. 작년 이맘때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빈틈없이 시민들로 가득 찬 거리 사진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명동역 앞 거리에서 분식을 파는 한 노점 상인에게 계엄령 사태에 대해 묻자 "말도 꺼내기 싫다"며 "국민을 위하는 척하며 경제를 다 죽여놨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이어 "지금까지 손님이 5명 왔는데 이게 그나마 나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관광객 필수 코스인 시내 면세점을 둘러보니 골목 상권보다는 관광객이 많았다. 하지만 평소 자주 보인다는 단체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다. 9층부터 12층으로 된 대형 면세점이지만, 외국인에게 인기 많은 매장 몇 곳을 제외하면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계엄사태 여파로 12월 예정돼 있던 면세점 패키지 투어가 모두 취소됐다”며 “분위기가 처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탄핵 정국 속 소비 심리 위축 상황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경우 소상공인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수 침체에 탄핵 정국까지 맞물려 소비가 움츠러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가장 큰 피해는 자영업자들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국민이 서로 돕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연말 모임을 취소하기 보다는 일상 회복을 위해 하루빨리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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