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14일 가결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경기 침체, 대출 규제 등으로 이미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정치적 혼란이 더해지며 내년에도 관망세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270만가구 공급' 등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추진 동력 상실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부동산 관련 법안들의 처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급격히 약화됨에 따라 국토부가 진행하던 주요 부동산 정책들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다만 정치적 혼란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꾸준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시장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해 국회 협의 등 향후 일정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15일 아주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탄핵 정국 속 부동산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책의 연속성이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정책은 국민 생활과 매우 밀접하기 때문에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정부가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특히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공급 정책이 멈추게 되면 향후 2~3년 뒤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부는 공급에 차질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착실하게 정책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계엄 사태 이후 논의가 멈춘 국회 계류 법안의 빠른 처리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별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 등 주택 공급 관련 법안들에 대한 국회 논의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발표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기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고 이미 합의가 이뤄지거나 공감대가 형성된 법안들은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와 여야 모두가 민생법안 통과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는 시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변함없이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비상간부회의를 주재하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모든 직원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맡은 소임을 다해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본분을 마음 깊이 되새기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