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증권가에선 탄핵 정국 핵심 변수인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가결되더라도 시장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두 차례 탄핵과 달리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거시경제 환경이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높아 증시 반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3% 오른 2417.8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5.52% 오른 661.59에 마감했다. 코스피에선 기관투자자가 459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코스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2925억원, 1179억원어치 순매수로 쌍끌이했다.
오는 14일 국회에서 진행될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가라앉히는 변수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과거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불확실성 변수를 제거해 주가지수를 반등시키는 이벤트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당일(3월 9일) 코스피 지수는 891.6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국회 가결일(3월 12일)에는 848.8로 떨어졌고 헌법재판소 기각 결정(5월 14일) 때 768.5까지 떨어졌다. 결정 이후 상승 추세로 전환해 1년 뒤인 2005년 5월 13일 923.2로 20%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탄핵안 발의 후 첫 거래일인 2016년 12월 5일 코스피가 1963.4에서 헌재 인용(2017년 3월 10일) 시점까지도 2097.4로 올랐는데 1년 뒤인 2018년 3월 9일에는 17% 더 오른 2459.5를 기록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04년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당일 주가는 하락했으나 헌재 기각 결정 이후 반등하고 (탄핵안 발의로 올랐던) 환율은 반락했다"며 "2016년 탄핵안 발의와 가결에 코스피는 소폭 하락한 후 반등했고 3개월 후 헌재 탄핵 결정 후엔 추세 상승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 이후 국제정세와 거시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선 행정부 수반의 부재가 경제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차 탄핵안 가결 시 헌법재판소 심사와 인용으로 대통령 직무가 즉시 정지되고 대선을 치르기까지 이론적으로 반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내년 하반기까지 행정부 수반 공석이 발생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미·중 무역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외교·안보·경제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 한국의 대응이 늦어질 위험이 제기된다.
김 본부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 시 주식시장은 반도체 등 수출에 이어 내수 위축 우려 영향이 더해져 밸류에이션 하락이 예상된다"며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무역 등 협상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하면 정책 대응 여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9일 발간한 '짧았던 계엄 상황의 여파-거시경제 및 정책 전망 업데이트' 보고서를 통해 "과거 탄핵 국면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점은 이번 상황에 대한 적절한 비교 기준이 되지 않는다"며 "내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수출 의존국들이 외부적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출 둔화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무역 리스크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