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이 법안을 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이 올라갔다고 해서 통과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법안을 내는 것이 가장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지 등 디테일 한 정치 지형을 볼 줄 알아야 해요. 변호사 업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실행 가능성 면에서 제가 가장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이 있다고 자신합니다."
내년 1월 20일 치러지는 제53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금태섭 후보자는 10일 서울 서초구 남계빌딩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후보자와 차별화 되는 강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금 후보자는 검사 출신으로, 제20대 국회의원도 지낸 바 있다. 그가 당선할 경우 대한변협은 최초로 국회의원 출신 협회장을 배출하게 된다.
금 후보자는 "전임 협회장들께서 저에게 '협회장 일을 해보니 업무의 80퍼센트는 국회 관련 업무라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 협회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협회장 선거 출마를 요청하셨다"며 "저도 법사위원을 해보니 변호사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조금만 더 잘하면 회원들의 권익을 보장하고 존중 받는 단체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금 후보자는 검사로 12년, 국회의원으로 4년, 변호사로 14년 등 총 30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법조계와 정치계를 두루 겪으며 유관기관과 탄탄한 관계를 쌓아온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금 후보자는 "후보자들이 내는 공약은 비슷하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그 공약들을 실제 이뤄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저는 검찰과 법무부는 물론이고, 국회에 있으면서 사법부에 계신 여러 분들과 많이 일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금 후보자는 의뢰인 비밀보호권(ACP), 디스커버리 제도 등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제도 필요성이 대두되고 법안이 발의됐지만, 발의만 되고 아직도 문제를 해결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 경력을 살려 변호사들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도록 힘 쓸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특히 판결문 공개 문제는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 후보자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처럼 변호사가 법원 판결문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곳이 없다. 변호사들이 일을 하려면 법원 판결문을 알아야 하는데, 변협이 그 동안 내부다툼에만 매몰돼 변호사들에게 정말 필요한 제도는 개선하지 않았다"며 "법안을 발의하는 데만 그칠 게 아니라 법원 측과 깊은 협의를 통해 실제 제도와 관행을 바꾸겠다"고 했다.
네트워크 로펌의 허위·과장 광고 문제와 AI(인공지능) 이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금 후보자는 "네트워크 로펌 구성원들이 현재 변호사단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어 변호사단체가 이를 단속하지 못하고 있단 비판이 있었는데, 저는 이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강력하게 네트워크 로펌의 무분별한 광고 등 시장교란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며 "AI는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잘못 도입하게 되면 법률 시장을 왜곡할 수 있어, 다양한 의견을 모아 협회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정교하게 규제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 후보자는 협회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무엇보다 '현장'을 강조했다. 그는 "회무는 협회장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있는 집행부를 구성함으로써 집행부 일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협회장은 국회, 대법원, 법무부, 법학계 등을 찾아가야 한다. 현장에 살아야 하는 것"이라며 "협회 사무실에 앉아 회무만 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로, 이같은 방식으로는 더이상 변호사업계에 산적한 문제들을 헤쳐나갈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법조시장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협회장이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변호사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유관기관에 얘기하고 입법 과정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협회장을 맡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변호사들이 존중 받고 변호사단체가 존중 받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라며 "협회장으로서 신중하면서도 무거운 메시지가 우리 사회 전체에 울림을 줄 수 있도록, 그런 협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