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의 고대역메모리(HBM) 반도체의 가능한 한 빠른 인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TV에 23일(이하 현지시간) 말했다. 이날 홍콩과기대 명예 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그는 현재 엔비디아가 삼성의 8단 및 12단 HBM3E 반도체의 품질 검증 단계(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3E의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완료했다”며 엔비디아 납품에 근접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황 CEO는 지난주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와 대만 TSMC를 비롯해 마이크론, 폭스콘, 델 등 여러 주요 협력업체 이름을 언급했음에도 삼성은 언급하지 않아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와 관련해 의문이 일기도 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자사의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 반도체를 거의 SK하이닉스에서 조달하고 있는 가운데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비해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은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 엔비디아 납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 황 CEO는 이날 학위 수여식에 앞서 진행된 졸업식 연설에서 "AI 시대가 시작됐다"며 "이는 모든 산업과 과학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컴퓨팅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가 초기화됐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 모두와 같이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여러분은 지금 많은 다른 영역에서 과학을 진보시키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홍콩과기대는 중국의 MIT(매사추세츠공대)"라며 "여기 있는 많은 뛰어난 학생들을 채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그들이 언젠가 엔비디아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황 CEO는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서도 엔비디아는 중국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홍콩과 마카오 및 중국 광둥성을 잇는 '웨강아오 대만구'를 "메카트로닉스(기계·전자 공학을 융합한 분야) 기술과 AI 기술이 동시에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지역이라고 칭하며 "지난 25년간 이곳 중국에서 어떻게 기술이 발전하는지 볼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특권이었고, 우리는 그것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발표된 엔비디아의 2025회계연도 3분기(2024년 8~10월) 매출 총 351억 달러에서 홍콩과 중국 본토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할 정도로 엔비디아로서는 중국은 무시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이에 황 CEO는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글로벌 기술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학 및 과학 분야의 (글로벌) 협력은 매우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이는 사회적 진보와 과학적 진보의 기반"이라며 "(협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기 정부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무슨 일이 있든 우리는 법과 정책을 준수하는 동시에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전 세계 고객을 지원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황 CEO 이외에도 홍콩 출신 유명 영화배우인 량차오웨이(양조위), 201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레빗 스탠퍼드대 교수, 1974년 수학계 최고 권위 필즈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멈퍼드 브라운대 교수가 홍콩과기대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