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한반도의 시작이자 땅끝인 해남은 남해와 서해, 산과 바다의 매력을 모두 담고 있다.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인생 여행지로 꼽을 만큼 아름답다.
울돌목에선 단 13척의 배로 왜군을 물리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를 느끼고, 단풍으로 물든 두륜산과 천년고찰 미황사에서 아름다운 가을 풍광을 담는다. 파도 치는 바다와 일몰을 신상 호텔에서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절제된 아름다움을 품은 건물이 오시아노 관광단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남126호텔'이다. 언덕 위에 홀로 우뚝 서 있는 호텔은 주변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욕심 내지 않고 5층 높이에 객실 120개인 아담한 규모로 지어졌다.
숫자 '126'은 오시아노 관광단지 경도인 동경 126도를 의미한다. 호텔 공간 디자인 컨설팅에 참여한 박소정 더트리니티 대표는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땅끝마을 해남 지명을 앞에 두어서 상징성을 강조하고, 해남의 경도를 덧붙여 해남이 가진 불변하는 지리적인 객관성과 고유성을 강조한 것이 바로 해남126호텔"이라고 설명했다.
객실은 스탠더드부터 스위트까지 총 9가지 유형으로 이뤄졌다. 4성급 호텔이지만 복도 카펫과 바닥재, 서비스 품질까지 글로벌 호텔 브랜드인 하얏트 호텔 기준에 맞췄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현재 주말 기준으로 10만원대면 바다 조망 객실에서 묵을 수 있다.
대나무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길을 따라 들어가면 호텔 로비가 모습을 드러낸다. 로비 통창 너머에는 해남의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고산 윤선도 선생의 고택인 해남 녹우당 건축양식을 모티브로 지어진 호텔의 홑겹 건물 배치가 독특하다. 호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미술 작품과 조형물도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색채를 입었다. 건물의 색도, 작품의 색도 어느 것 하나 튀지 않아서일까. 호텔 복도와 객실의 커다란 창문을 통해 담기는 푸른 바다색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호텔에서 보이는 서해는 밀물과 썰물에 물이 빠지지 않도록 막아둔 덕에 객실에서도 언제나 푸른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바다 전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인피니티풀이 해남126호텔 투숙에 정점을 찍는다. 사계절 온수 풀에서 수영도 즐기고 건식사우나에서 바닷바람의 추위를 녹일 수 있다. 일몰 시간대에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앉아 해 지는 땅끝 서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윤성욱 한국관광공사 오시아노리조트호텔사업단TF 팀장은 "호텔 오션뷰 객실에서 저녁에 해가 떨어지는 낙조를 볼 수 있는데 너무나 아름답다"면서 "신안섬으로 떨어지는 해안 낙조를 인피니트풀에서도 볼 수 있는 게 우리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남126호텔은 국내 호텔 최초로 '장애물이 없는 생활환경' 예비인증을 마치고 본 인증 취득을 앞두고 있다. 휠체어가 호텔 곳곳을 다니기에 불편함 없는 시설은 물론이거니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로비에는 시각장애인 손님을 위한 호텔 내부 지도를 점자 안내판으로 설치했으며, 방 번호도 점자로 표기했다.
핸디캡 객실 4개에는 몸이 불편한 휠체어 이용 고객을 위한 저상침대와 장애인 전용 화장실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산책로와 식당, 카페, 인피니티풀로 들어가는 탈의실까지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도록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무장애 복지관광 저변을 확대하고 싶어하는 관광공사 의지가 제대로 표현됐다.
이 밖에 해남126호텔은 녹색건축물 인증과 건축물에너지효율 인증,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등 친환경 건축물 관련 주요 인증도 완료했다.
◆해남과 진도를 잇는 케이블카
명량해상케이블카를 타면 다도해 면면을 몰입해서 즐길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는 잔잔한 바다 한쪽에 휘몰아치는 조류를 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정유재란 당시 허름한 전함 13척으로 왜함 133척을 무찌른 명량해전 승리 현장인 '명량해협 울돌목'이다. 물길이 암초에 부딪쳐 튕겨 나오는 소리가 마치 바다가 우는 것 같다고 해 '울돌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시 이순신 장군은 거센 울돌목의 회오리 물살을 이용해 단숨에 왜함을 가라앉혔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진도타워가 이어진다. 해남에서 진도까지 1㎞를 단숨에 건너온 듯하다.
망금산 정상에 있는 진도타워에서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명량대첩 역사에 대해서도 짚어볼 수 있다. 진도타워 4층에는 미디어 시설이 마련돼 있어 명량대첩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산이 정원이 된다' 산이정원
"정원사는 땅에 그림을 그리는 대지예술가입니다."
바다를 따라 달리다 보면 전남 최초의 정원형 식물원 산이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이 정원이 된다'는 뜻인 산이정원은 해남군 산이면 일대 경관을 살려 올해 5월 관람객들에게 공개됐다.
정원으로 들어서는 문은 해남 바다에서 넘실대는 파도 형상을 담아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정원에는 수목원과 산책로, 파크골프장, 미술관,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어우러져 있다.
산이정원 곳곳에 보이는 조형물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 어린왕자 조형물이 있는 '동화정원'부터 철제 프레임 너머로 정원 모습을 담아 볼 수 있는 '노리정원', 거대한 설치미술 '인간의 다리(Bridge of human)'를 만날 수 있는 '하늘정원'까지 산이정원에는 다양한 사진 명소가 있다.
스몰웨딩을 할 수 있는 '서약의 정원'은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게 만드는 아름다운 모습을 자아낸다. 계단식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꾸민 '약속의 정원' 등 12개 구역으로 꾸며져 있다. 가을엔 핑크뮬리가, 봄엔 알록달록한 꽃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보성그룹에서 2년간 준비 끝에 문을 연 산이정원은 총 52만3000㎡(16만평) 부지를 차근차근 꾸며나가고 있다. 먼저 이번 1단계에는 16만5000㎡(5만평)를 개장했고 글램핑장, 어린이골프장, 온실 열대식물원 등으로 이뤄질 나머지 36만3636㎡(11만평)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관람객들에게 공개한다.
이달부터는 정원 내에 있는 파크골프장이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현재 18홀로 운영되고 있는 파크골프장은 내년 4월께 36홀로 개장할 예정이다. 산이정원 입장료만 내면 파크골프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가 오시아노 관광단지 활성화와 서남권 관광 기반 확충을 위해 문을 연 '해남126호텔'은 지난달 1일 시범운영을 시작해 31일부터 정식 운영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달 19일 개장식을 진행했다.
개장식에는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사장 직무대행, 명현관 해남군수, 김승일 의원 등 공사, 전라남도, 해남군, 지역 유관기관, 관광 관련 학회·협회 관계자와 지역 주민 대표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영충 공사 직무대행은 "오시아노관광단지는 1992년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공사가 조성에 착수한 이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면서 "해남126호텔이 2008년 기반 조성 완료 후 장기간 침체됐던 오시아노관광단지 활성화에 마중물이 돼 지역 관광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1992년 오시아노관광단지 조성에 착수해 2008년 기반공사를 마쳤다. 현재 입주기업이 파인비치골프장(오시아노코스 포함 대중제 27홀), 오시아노캠핑장(180면)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해남군이 반려동물 테마파크 건립을 추진 중이며 배롱나무 경관숲을 조성하는 등 지자체도 단지 활성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