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훠궈 넘어 치킨·바비큐까지…요식업 불황 속 하이디라오의 생존법

2024-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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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성 우시에 꼬치브랜드 1호점 개설

요식업 불황에···'홍석류 계획' 발표

다양한 요식업 브랜드 육성이 목표

공급망 완비로···비용 통제도 가능 

하이디라오 실적 사진아주경제DB
하이디라오 실적 [그래픽=아주경제DB]


중국 훠궈(火鍋, 중국식 샤부샤부) 외식 전문 기업 하이디라오(海底撈)가 훠궈를 넘어 고깃집·치킨집에 이어 바비큐 브랜드까지 신규 론칭하면서 브랜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며 요식업계도 엄동설한을 보내는 가운데 하이디라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훠궈 넘어 치킨·생선·바비큐까지

하이디라오는 최근 저장성 우시에 꼬치구이 전문 브랜드 ‘훠옌관(火焰官) 바비큐’ 1호점을 오픈했다.

테이블마다 배치된 그릴에서 손님들은 쇠고기, 양고기, 해산물 등 다양한 고급 식자재 꼬치를 구워 먹고, 바텐더가 만들어주는 칵테일을 마시고, 라이브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트렌디한 꼬치구이 집이다. 무료 구두닦이, 네일아트 등 하이디라오의 전매특허인 친절한 서비스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다.

우시를 시작으로 훠옌관 바비큐는 앞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신(新) 1선 도시와 2선 도시를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해 3년 내 점포 수를 400~500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 외식업계에서 샤오카오(烧烤, 바비큐)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중국 외식업계 시장 조사업체 '훙찬 빅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중국 바비큐 시장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9% 증가한 2806억 위안(약 5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
망됐다. 또한 2024년 9월 기준, 전국적으로 바비큐 식당만 52만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중 대형 프랜차이즈 비중은 미미하다. 9월말 전국 바비큐 브랜드 중 산하에 100개 넘는 매장을 거느린 곳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틈새시장을 노린 하이디라오가 바비큐 브랜드 체인점을 출시한 배경이다.

바비큐 브랜드뿐만이 아니다. 사실 하이디라오는 최근 산하에 고깃집 '옌칭카오러우푸쯔(焰請烤肉鋪子)', 치킨브랜드 '샤오하이아이자(小嗨愛炸)', 생선요릿집 '먀오탕주(喵塘主)', 그리고 하이디라오 훠궈 하위라인 브랜드 '샤오하이훠궈(小嗨火鍋)'와 '먀오스슝샹궈(苗師兄香鍋)' 등을 새로 론칭했다.  옌칭카오러우푸쯔는 지난해 12월말 산시성 시안에 1호점을 낸 이후 현재 이미 10여 곳 매장을 거느리고 있을 정도다.
 
요식업 불황에···'홍석류 계획' 발표

이는 8월 하이디라오 그룹이 발표한 ‘홍석류 계획(紅石榴計劃)’에 따른 것이다. 붉은 주머니 속에 가득 들어있는 석류알처럼, 하이디라오 그룹 산하에 더 많은 요식업 브랜드를 육성하고 외식업계 서비스 혁신을 촉진한다는 게 홍석류 계획의 목표다. 30년간 이어진 하이디라오의 조직 관리 및 공급망 비즈니스 개발 이점을 기반으로 더 많은 하위 브랜드를 개발하겠다는 것.

이는 올해 7월 하이디라오 그룹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된 거우이췬(茍軼群)이 주도하고 있다. 하이디라오에서만 24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인 그는 그룹의 재무·공급망 조달 관리·디지털 정보기술 등의 책임자를 맡으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거우 CEO는 그룹 내 기업가 정신 및 혁신 위원회와 디지털 운영 위원회라는 두 개의 핵심 위원회를 설립하고 다양한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홍석류 계획도 이러한 경영 전략 차원에서 나온 셈이다. 거우 CEO는 7월 취임사에서 "더 많은 하이디라오 직원이 발전 기회를 갖도록 해서 더 많은 성장 포인트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하이디라오가 최근 중국 경기 둔화 속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요식업은 전례 없는 불황에 마주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충격을 입은 중국 경제 회복세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탓이다. 부동산 경기 불황,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 실업률 상승 등으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요식업 주요 고객인 중산층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특히 하이디라오의 '큰손' 고객인 대도시 주민의 외식 소비가 급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베이징·상하이의 식음료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 이상 하락했다. 중국 매체 21세기경제보는 "심지어 올 상반기 베이징에 소재한 연간 매출 1000만 위안(약 19억원) 이상의 대형 외식업체의 순익을 모두 합쳐도 고작 1억8000만 위안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분의 1 토막 난 것으로, 마진율도 0.37%까지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디라오도 불황을 피해갈 순 없었다. 올해 상반기 하이디라오의 매출은 214억9100만 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8% 증가했지만, 순익은 9.7% 감소한 20억3800만 위안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하이디라오의 평균 고객 단가도 97.4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공급망 완비로···비용 통제도 가능 

이러한 가운데서도 하이디라오의 매출총이익률이 61%로 상승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하이디라오의 30년간 운영된 성숙한 공급망이 기반이라는 평가다.

1994년 사업을 시작한 하이디라오는 이미 30년간 훠궈 브랜드를 운영하며 식자재 공급망을 완비했다. 하이디라오 식자재 공급망 회사로 시작해 오늘날 성공한 기업도 많다. 수하이(蜀海)와 이하이(颐海)가 대표적이다. 수하이와 이하이는 각각 하이디라오 식자재와 훠궈 조미료 공급상으로 시작해 현재는 모두 하이디라오 그룹에서 독립해 각각 식자재와 훠궈 양념 전문 유통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이디라오 그룹 산하에는 인력자원 컨설팅 회사나 레스토랑 인테리어 공사 등 전문 회사도 포진해 있다. 식당 인테리어부터 인력 고용 그리고 식자재와 조미료 양념 전문 회사까지 식당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공급망을 완비한 것. 이는 하이디라오가 요식업 불황에도 가격 결정권을 갖고 비용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 완비된 식자재 공급망은 하이디라오가 향후 다양한 하위 요식업 브랜드를 육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 하이디라오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가장 강하게 맞은 요식업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명이 함께 한 냄비에 야채와 고기를 익혀 나눠 먹는 요리인 만큼 코로나19 감염의 온상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탓이다.

2021년 하이디라오는 41억 위안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2015년 실적 발표를 시작한 이래 사상 첫 적자를 냈을 정도다. 당시 하이디라오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 실적이 저조한 300개 가까운 매장을 폐쇄하는 뼈아픈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홍콩 거래소에서 하이디라오 주가는 2021년 1월 초 기록한 최고점(73홍콩달러)에서 2022년 10월엔 11홍콩달러까지 수직 낙하했다.

엔데믹 이후,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에 힘쓴 덕분에 하이디라오 경영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하이디라오는 지난해 44억9500만 위안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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