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2024-11-1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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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구 언론인
[이춘구 언론인]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인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각종 사건사고 소식에 파묻혀 자신을 돌보를 겨를 없이 살아간다. 안방에서 모든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국내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폭력, 교통사고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참상, 지진과 화산, 허리케인이 남기고 간 끔찍한 재해 현장 등을 목격한다. 특히 잔인무도한 살인사건은 거의 여과 없이 전해진다. 이 때문에 강력사건이 하루가 멀다 할 정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가짜뉴스가 판을 치며 조회수 올리기에 급급하다. 우리의 사회환경이 이러니 정상적인 사회로 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틈을 내서 자문자답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우선 여러 강력 사건을 보면서 인간본성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교육의 혁신을 생각하게 된다. 성선설이다 성악설이다를 떠나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일상을 영위한다. 사회적 관계라 함은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나 외의 일체를 말하니 부모형제와의 가정관계를 비롯해 학교, 직장, 단체 등의 소속원으로서 사회관계를 거론할 수 있다. 여러 단계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행위 준칙을 우리가 제대로 익히지 못해 병리적 이탈현상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회적 병리현상은 우리 사회에 존경할 만한 어른이 존재하지 않는 데서도 비롯된다. 해방 이후 8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불행하게도 초인과 같은 뛰어난 지도자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치현장은 홉즈의 분석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이다. 부정부패는 말할 것도 없이 국회에서 사활적 결투를 벌이는 정치투쟁은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며 불법을 조장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벌이는 투쟁은 막말과 선동의 얼룩투성이이다. 국회의원들에게 볼 수 있는 것은 18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리면서도 막무가내식으로 국법질서를 위반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다. 상당수 국회의원은 민주시민으로서 덕성을 함양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되고 국민이 행복을 구가하는 시대를 이룩하려면 공적(公的)인 정신을 함양하고 사적(私的)인 정신을 버리도록 가정에서부터 배우도록 해야 한다. 공(公)은 어원적으로 통로의 상형과 장소를 융합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광장을 가리키며, 공공(公共)의 의미를 지닌다. 공평하게 나눠 사사로움이 없다(平分無私). 『서경』에서는 이공멸사(以公滅私), 즉 공으로써 사사로움을 없앤다고 한다. 둘로 나눈 것을 두 손으로 받들며, 숨김없이 드러내놓는 것이 공적인 정신이다. 이에 비해 사(私)는 사유의 벼를 제 것으로 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서사로이 하다, 제 것으로 삼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공적인 정신의 함양을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로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자는 뜻이다.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으며,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자각하고 공적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자아를 실현하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사적인 정신은 자신의 존재 기반인 공동체를 넘어서서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영달만을 목표로 삼는다. 사적인 정신은 공동체를 어렵게 하는 독소이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의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공적인 삶은 공적 목표가 뚜렷하고,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희망의 행위준칙이다. 사적인 삶은 오로지 사적 목적에만 혈안이 돼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적 이익이나 입장만을 앞세우려는 경향 때문에 공동체의 소멸위기가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사적인 삶은 궁극적으로 사적인 이익도 추구하기 어렵고 사적 이익을 획득했다고 하더라도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경제활동의 중요한 주체인 기업에 있어서는 공적 정신이 더욱 더 요구된다. 경제주체로서 기업은 공공성이 더욱 더 강화되고 있으며, 기업활동의 성과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

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은 공무원이나 공직자만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공적인 삶을 행위준칙으로 할 경우 도덕이 바로 서며, 강력범죄가 사라질 것이다. 아울러 국민 각자가 스스로 행해야 할 일을 마땅히 찾아서 행할 것이다. 원시 유교사회에서 이상세계로 여겨왔던 대동세상은 공적 정신이 충만한 곳이다. 공적인 삶은 공인정신이 근본바탕이다. 공인정신은 집안에서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함양할 수 있다. 여기서 공인정신을 운위하는 것은 사회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정도 사회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각자 행할 바 도리를 행하면 그 가정사회는 행복이 넘칠 것이다.

대한민국의 공공교육은 오로지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올바른 인간을 교육시키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인간의 본성이나 사회의 형성 등에 대해서도 오로지 지식만을 전달하며, 그 본질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자아를 형성하게 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은 객관식 문제풀이로 이어져 학생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명상의 시간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관련 책을 읽어보거나 엣세이를 작성하며 사례연구, 토론 등을 통해 스스로 사회현상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각자가 가지 소질과 능력을 발휘해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기여하는 존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자 공인정신이다. 공인정신을 함양하면 작은 이익에 급급해 하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먼저 실천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사회가 되면 강력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국민이 풍요로운 생활을 구가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춘구 필자 주요 약력

△전 KBS 보도본부 기자△국민연금공단 감사△전 한국감사협회 부회장△전 한러대화(KRD) 언론사회분과위원회 위원△전 전라북도국제교류센터 전문 자문위원△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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