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며 급락 후 반등했지만 이차전지 등 여타 업종에 악재가 다시 불거지며 코스피 지수 회복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여전히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을 엿볼 수 있는 미국 엔비디아 실적이 우리 증시 반등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삼성전자는 5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7.21% 올랐지만 10월 말 종가 대비로는 여전히 9.63% 떨어진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전월 말일보다 4.35% 하락한 종가 17만82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에 외국인 순매도 릴레이, 2위 SK하이닉스 하락 영향으로 10월 말 2550대였던 코스피 지수는 2410대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는 낙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형성되며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반도체 업황 비관론 확산과 대형주 급락을 야기한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력이 지속되고 있다.
12월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가운데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하락하며 지수 반등을 억제했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투자 심리를 개선할 계기가 될 이벤트로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0 시대 미국 반도체 기술주의 업황 둔화 우려가 국내로 전이되며 업종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엔비디아 실적과 가이던스에서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면 업황 우려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시작(가능성)을 내비친 것에 대해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공급 다변화에 대한 코멘트를 해 준다면 천군만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HBM 공급 기회를 선점해 이미 엔비디아 'AI 반도체 밸류체인'에 연결된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줄어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다만 대외 의존도가 높고 기초체력이 약한 우리나라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반등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10월 한국 수출은 575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했고, 일평균 수출액은 26억 달러로 0.2% 소폭 감소했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이 직전 3개월 평균보다 양호했지만 앞으로 수출 모멘텀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도 양호했으나 코로나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메모리반도체 수출단가가 추가로 상승하기는 어렵다”며 “반도체 수출 둔화와 더딘 제조업 회복이 모멘텀 둔화를 주도하며 수출 증가율은 내년 2분기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모멘텀도 약화되면서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감도 저조해진 상황이다.
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잠정치를 발표한 231개 종목 중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29.9%에 불과하고, 3분기 어닝 쇼크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며 “4분기와 연간 실적에 대한 신뢰도 하락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