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레이드'에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환노출형 상품이 환헤지형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고액 상품을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면 ‘환노출형’ 상품이 낫다고 조언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TIGER 미국S&P500TR'은 7.32%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나 환헤지형인 'TIGER 미국S&P500TR0(H)'는 3.23% 오르는 데 그쳐 2배 이상의 상승률 차이를 보였다.
거래대금도 차이가 있었다. TIGER 미국S&P500의 거래 대금은 같은 기간 3조2550억원을 기록했다. 환헤지형은 이보다 못한 449억원을 기록했다. KODEX미국나스닥100은 3350억원의 거래대금이 몰렸고, 같은 상품이지만 헤지형은 280억원에 그쳤다.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개인 투자자는 오히려 환노출에 베팅하고 있다. 만약 자신이 산 해외 주식 수익률이 하락세인데, 달러 가치가 올랐다면 매도해도 수익률보다 그 이상으로 환차익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율의 등락은 수익률로 직결된다. 환노출형 상장지수펀드(ETF)는 환율 변동도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이 되는데, 가령 수익률 0%를 기준으로 1달러당 환율이 1000원일 때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매도 시 1000만원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같은 조건으로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가면 900만원, 반대로 1100원으로 환율이 올랐을 때는 1100만원을 받게 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299.00원에서 이날 주간 거래 기준 1403.5원까지 상승했다. 지난 9월말 1312원까지 하락했던 환율은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 덕에 재반등을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보호무역주의, 관세 부과 정책 탓에 원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중국산은 60% 추가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냈다. 반대로 기업에는 감세 방침을 내걸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재정적자 확대로 장기채 10년물도 급상승했다.
세계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 105.82까지 오르며 반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에서 재정 지출 확대와 고강도 관세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등이 달러 상승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고금리 장기화로 환율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헤지 비용은 상당하다"면서 "장기 투자 시 주식형 상품의 경우 환노출형이 적절하다. 장기적으로 헤지 비용이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면 이를 줄이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