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40대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를 국방장관에 파격적으로 지명했다. 규제 철폐에 앞장설 정부효율부 수장에는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낙점됐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는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주지사가 내정되는 등 ‘충성파’와 ‘미 우선주의자’들이 핵심 요직을 독식했다. 트럼프 비서실장은 “대변혁이 가능한 시간은 4년(트럼프 임기)이 아닌 2년(중간선거 전)”이라며 급진적인 정책 대전환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12일(이하 현지시간) 본인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에 지명한 사실을 알리며 “그는 강인하고 똑똑하며, 미 우선주의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적었다. 육군 소령 출신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경험이 있는 헤그세스는 폭스뉴스에서 8년여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 바로 아래 위치에서 세계 최강 미군을 지휘할 실무 총책임자인 국방장관직에 40대 영관급 장교 경력자가 발탁된 것은 이례적이다.
또 트럼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머스크와 인도계 출신 기업가이자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를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발탁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두 사람은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 기관을 재건하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머스크는 정부 내 뿌리 깊은 관료주의를 대수술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머스크는 임명 발표가 난 직후 본인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이것은 체계와 정부 낭비에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충격을 미칠 것”이라며 지명을 수락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에 위협이라고? 아니, 관료주의에 위협”이라는 게시글도 올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테슬라 등 자기 회사에서 한꺼번에 1만명 넘는 인원을 감축한 것과 마찬가지로 연방 정부·기관 내 총 200만명 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해고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미국의 대내외 전략을 위한 정보 수집을 총괄할 CIA 국장에 랫클리프를 지명했다. 랫클리프는 의회 진출 전 변호사로 일하다 연방검사, 텍사스주 히스 시장을 지냈으며 1기 정부 때 대표적인 ‘트럼프 옹호자’로 꼽혔다. 트럼프는 2019년 랫클리프를 DNI 국장에 지명했지만 경험 부족 등 논란으로 5일 만에 철회했다. 이후 2020년 다시 지명했지만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이 반대하는 등 논란 끝에 청문회 문턱을 겨우 넘었다.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실행할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놈이 내정됐다.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던 충성파 중 한 명이다. 놈은 지난 8일 “트럼프 이민 정책에 저항하겠다고 한 민주당 주지사들은 극도로 무책임하다”며 “(이민 정책에 저항하는 대신) 새 행정부와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동특사엔 골프친구 사업가 임명···새 정부 정책 속도전
아울러 트럼프는 중동특사에는 골프 친구인 부동산 사업가 스티브 위트코프를, 이스라엘 대사에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지명했다. 백악관 법률고문에는 윌리엄 맥긴리 전 백악관 비서관을 내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무역 차르(czar·제정 러시아 황제)’로 임명하길 원한다고 전했다.새 행정부 구성이 윤곽을 잡아가는 가운데 수지 와일스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정책 대전환을 위해 속도전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NYT에 따르면 와일스 비서실장 내정자는 11일 공화당 후원자들과 함께한 비공개 모임에서 트럼프가 취임 당일 바이든 정부가 취소한 트럼프 1기 때 행정명령 몇 개를 재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를 대변혁할 수 있는 기간은 트럼프 2기 임기 4년이 아닌 다음 중간선거까지인 2년”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주요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 금지, 파리 기후협정 탈퇴 등 트럼프 1기 때 취한 조치를 취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