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수출 호조세가 내수로 옮겨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주춤한 실질소득 상승률이 가장 큰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수가 크게 위축된 상황인 만큼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2022년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3%로 올랐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에 달했는데 외환위기 여파로 고물가가 이어졌던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나빠졌던 물가 지표는 최근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를 기록하면서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했다. 연초에는 3%대 고물가가 이어졌지만 상고하저 물가를 예상했던 정부 예측이 어느 정도 들어맞은 것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각종 물가 안정화 정책도 계속됐다.
길어지는 내수부진…10개 분기 연속 소매판매액지수 ↓
물가는 잡았지만 내수 부진의 골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9월 103.3(불변지수, 2020년=100)으로 전년 대비 2.3% 줄었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진 영향이 크다.정부는 13개월 연속 플러스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전이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출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건설업도 위축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수출의 높은 증가세가 기저효과 등으로 조정되는 가운데 건설업이 위축되면서 경기 개선세가 제약되는 모습"이라며 "설비투자 증가세에도 상품소비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질소득 '뚝'…"내수부진 심화된 만큼 재정역할 필요"
고금리에 실질소득 상승률이 주춤한 것도 내수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살펴보면 1인 이상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대비 3.5% 늘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실질소득이 3.9%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2년 전보다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이다. 2분기 가계 흑자액(115만원)도 2년 전(132만원)보다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이 길어지는 만큼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면서 실질소득 감소로 인한 내수 위축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국민들 입장에서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보기에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제는 어느 정도 성장하고 있지만 가계 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재정건전성도 중요한 만큼 내수가 활황이면 긴축적인 재정을 운용해도 내수가 위축됐을 때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은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