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채권 시장이 중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승리에 베팅) 효과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역시 관세 인상이 예견되면서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고, 국고채 10년물이 급등했다. 채권운용 업계는 이는 채권 시장에 호재라면서 지금을 10년물 매수 타이밍으로 짚었다.
7일 인베스팅 닷컴에 따르면 미국채 수익률은 장 중 전 거래일 대비 4.44%까지 치솟았다가 전 거래일 같은 4.43%에 거래되고 있다. 선거 당일이던 전날에는 장 중 4.676%까지 급등하며 2020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기에 상하원 의원 모두 공화당 장악이 유력해지면서 ‘레드 스윕’이 반영돼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베어 스티프닝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9월 중순 연 3.6~3.8% 수준을 나타내다 지난달부터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4.3%대까지 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9%대에서 연 3.1%대까지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대로 대규모 재정 지출과 감세와 일자리 법’(TCJA) 연장, 법인세율 추가 인하, 국방비 증가 및 국경 보안 강화 등이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채 금리는 트럼프의 당선 소식에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했다”며 “2018년 이후 가장 양호한 응창률을 기록했지만 장기물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이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와 대규모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 우려가 가속화하면서 미국채 금리 상승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는 환율은 당분간 ‘트럼프 효과’에 강달러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위 연구원은 “레드 스윕 기대감에 추가 강달러를 소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과거 대선 패턴을 보면 대선 효과는 하루만에 되돌림 되지 않고 2주간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 역시 꾸준한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국고채 금리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이날 국고채 10년물은 하루 만에 1.68% 하락한 3.1% 수익률을 기록했다. 장 중에도 3.095%~3.143%를 오가며 잦은 변동성을 보였다.
채권 시장 업계는 중단기적으로 금리 상승을 예상하며 호재로 진단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영향이지만 방위비 지출 증가 등 한정된 자원 안에서 각종 리스크에 대한 지출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것 역시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도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지표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가 예고한대로 모든 수입품에 추가 관세 10%를 부과하면 미국 인플레이션은 1.1%포인트,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0.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며 ”이같은 인플레이션 반등에 연준은 기준금리를 130bp, 즉, 최소 5차례 이상은 올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는 28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줄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늦춰질수록 현재 1.75%p에 이르는 두 나라 금리 격차를 고려할 때 한은이 미국보다 더 빨리 기준금리를 낮춰 차이를 더 벌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력이 있기 때문에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이벤트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10년 금리가 4.5%까지 오를 수는 있다”면서도 “현재 레벨을 감안하면 재료 소화는 이미 대부분 완료됐다. 향후 미국 금리 피크 아웃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2016년 대선 때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금리 인하 시기”라며 “점진적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시장금리의 급등 재현을 막을 체력도 생겼고 급격한 신용경색 이벤트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은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