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청약통장은 '세수 메우기용' 아니다

2024-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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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본예산 대비 세수 부족분이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고 주택도시기금까지 동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가운데 2조~3조원을 공자기금에 추가 예탁하는 방식으로 세수 결손을 채우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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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건설부동산부 차장
조현미 건설부동산부 차장

29조6000억원. 올해 본예산 대비 세수 부족분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짜면서 한 해 동안 세금 367조3000억원이 걷힐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제론 337조7000억원 정도에 머물 것으로 추산돼서다.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6조5000억원을 집행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편성한 예산 중 쓰지 않고 남는 불용 예산 7조~9조원도 투입할 방침이다.
기금 여윳돈도 끌어다 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보면, 정부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4조원과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4조~6조원, 국유재산관리기금을 포함한 기타 기금 3조원가량을 동원할 예정이다.

주택도시기금에도 손을 댄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고 주택도시기금까지 동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가운데 2조~3조원을 공자기금에 추가 예탁하는 방식으로 세수 결손을 채우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주택도시기금은 공공임대·분양주택 건설, 무주택자 서민의 주택 구입과 전월세 대출, 도시정비 등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주택 매매를 지원하는 디딤돌대출과 전세 자금용 버팀목대출 등이 대표 상품이다. 주요 재원은 청약저축 납입금과 부동산 취득 때 사야 하는 국민주택채권 비용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서민들이 모아둔 돈이 세수 결손을 채우는 데 쓰이는 셈이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여유 재원이 충분하고, 기금 운용 효율성 차원에서 매년 공자기금에 예탁해왔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택도시기금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평잔은 17조7199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2.4%나 줄었다. 청약통장 납입액과 국민주택채권 수입이 확 줄어서다.

반면 쓰임새는 계속 늘고 있다. 신혼부부와 출산 부부의 주거 부담을 낮추고자 올해부터 시행 중인 신생아 특례대출의 재원이 주택도시기금이다. 내년부터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이 2억5000만원으로 높아져 더 많은 기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을 지원하는 돈도 여기에서 나온다. 건설경기 침체로 PF 부실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어 주택도시기금 사용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수년간 돈을 부어도 청약 당첨이 어려워지면서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나날이 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79만명으로 전달보다 3만8000명가량 줄었다. 가장 많이 줄어든 건 가입 기간이 길고 납부 금액이 많아 청약 가능성이 큰 1순위 가입자다. 1순위 가입자는 8월 말 1792만3205명에서 9월 말에는 1789만9748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납입액 인상도 청약통장 가입자를 늘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부터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는데, 소득이 낮은 청년에겐 더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세수 부족을 메우려고 납입액을 올린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데도 정부는 꿈적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별도 설명자료를 내고 "올해 활용된 재원은 내년 주택도시기금으로 상환될 예정으로, 3.12% 수준인 공자 예탁금리를 고려할 때 기금의 자금 여력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의 잘못된 추계로 세수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대책 없이 번번이 기금을 전용한다. 기금은 본래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 주택도시기금은 더더욱 그렇다. 서민들이 없는 월급을 쪼개서 만든 돈을 정부 쌈짓돈처럼 써서는 안 된다. '기금 돌려막기'라는 땜질식 대응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만 떨어트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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