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트렌드] AI 거품론? 자원 부족에 따른 '병목 현상'

2024-1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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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거품론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거품이 아니라 특정 요인이 AI 성장과 수익 전환을 늦추는 ‘병목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전력, 전력 환경(인프라) 구축을 위한 산업 장비, 자원 공급 부족, 인적 자본 부족 등이 원활한 성장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 중에서도 특히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고개든 AI 거품론? 이익에 대한 오해
 
최근 몇년 동안 거대 기술(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아마존 등은 AI 인프라에 최소 수천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 중 대다수는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와 기타 자재에 사용됐다.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하이퍼스케일러)가 이처럼 높은 수준의 지출을 계속하려면, 궁극적으로는 이익의 형태로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AI 관련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이익 성장으로 전환되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AI가 엄청난 투자에도 필요한 곳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AI 거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글로벌 벤처 캐피털사인 세콰이어캐피탈 역시 ‘AI에 관한 6000억 달러(약 829조원)’라는 보고서를 내고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비용과 기대 매출의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AI 산업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시장 규모가 약 6000억 달러에 이르러야 하는데 AI 시장을 사실상 독점 중인 엔비디아의 올해 추정 매출액은 1500억 달러(약 207조원)에 불과해 공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콰이어캐피탈의 추정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세콰이어캐피탈은 데이터센터 시설 구축‧운용 비용을 산정할 때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캐픽스(설비투자)와 영업을 지속하면서 발생하는 운영지출(OPEX)을 함께 적용했다.
 
이러한 추정에서는 모든 회사가 1년 내에 공장을 구축할 때 지출한 비용에 버금가는 매출을 내야 한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1년 내에 공장을 처음 지을 때 발생하는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는 기업은 없다”고 설명했다.
 
AI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AI는 그 자체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기업들이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수 기반이 돼주는 기술 소프트웨어(SW)에 해당한다. 인터넷이 이와 같은 부류다. 인터넷은 검색엔진과 웹 브라우저 자체를 팔아서 이익을 창출하지 않는다.
 
예컨대 구글은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추천 연산)을 토대로 검색결과를 추천해주는 SW에 장점을 갖고 있고, 이를 활용해 광고주들로부터 광고를 받아 매출을 올렸다. ‘구글 검색 엔진’을 팔아서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닌, 검색 엔진 SW를 활용해 ‘광고 매출’을 올리는 형태다.
 
이와 마찬가지로 AI 기술도 제품으로 보는 게 아닌 SW의 일종으로 중앙 처리 장치(CPU),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처럼 정보기술(IT) 인프라의 한 구성 요소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AI 통한 수익화는 이미 시작
 
기업들은 이미 AI로 돈을 벌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가 게시한 ‘더 ROI(투자수익률) 오브 젠(GEN) AI’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1억 달러(약 1380억원)의 글로벌 기업들은 재무적인 측면에서 AI로 이미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해당 범주에 속한 고위급 리더 2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 74%의 조직은 하나 이상의 생성형 AI 사용을 통해 ROI를 실현하고 있다고 답했다. 생성형 AI 배포 이후 매출이 늘어났다고 응답한 기업 역시 86%에 달했다. 이들 중 52%는 연 매출이 6~10% 가까이 향상됐다고 답했고, 34%는 10% 이상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도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공장(팹)과 연구개발(R&D) 운영에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사용해왔고,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ROI를 실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종합하면, AI는 거품이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에 와 있고, 조금씩 이익의 형태로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AI와 같은 신기술이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혁명이 비슷한 경우다. 에릭 브린욜프슨 스탠퍼드 대학교 경제학자는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증기 기술이 통계상 생산성 증가로 연결되기까지 약 50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전기모터‧내연기관도 마찬가지다. 개발 후 첫 25년은 노동 생산성이 매년 1.5% 미만의 성장을 보여 저조했지만, 1915년 이후에는 생산성 증가 속도가 두 배가 됐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생성형 AI 역시 초기에는 비용대비 결과가 낮게 산정되지만,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보완적 혁신’만 구현되면 성장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보완적 혁신은 신기술 혁신을 위한 보조금과 세금 공제, R&D 투자 증가, 인적 자본 강화, 불필요한 규제 제거 등을 뜻한다.
 
무엇보다도 물리적 제약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재러드 프란츠 미국 경제학자는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생산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모순 중 하나는 방대한 물리적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사람들은) 그런 첨단 기술이 물리적으로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최대 난제는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CEO)는 “2025년이 되면 AI를 위한 충분한 전기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며 “AI는 전기를 많이 먹고, 그 중심에는 데이터센터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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