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인도 등 주요국들이 내년도 AI(인공지능) 예산을 폭발적으로 늘리면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 기업과의 서비스 계약에 40조원이 넘는 연방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중국은 2026년까지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등 AI인프라 확충 투자액을 기존의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은 90조원 대 AI인프라 예산을 예고했으며, 인도 역시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조단위 투자를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는 내년도 첨단산업 예산으로 약 4조원을 배정했는데, 이 중 AI에 투입될 금액은 R&D(연구개발)에 한해 1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AI에 대한 투자가 곧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AI정책이 주요국과 비교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악관과 의회가 함께 검토 중인 사안으로, 국방부를 제외한 주요 연방 기관에 IT지출을 명목으로 350억 달러 규모의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앞선 4~5월 미 정부는 이미 육군, 연방 학생 지원국, 연방항공청, FBI 등과의 AI를 포함한 IT 서비스 계약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 규모를 내년 2배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백악관과 의회는 이 같은 시도를 통해 정부기관 전체에 AI를 광범위하게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민간 IT·AI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바이든 정부는 2025년 AI 예산안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립과학재단의 AI R&D 예산 7억2900만 달러 △국가 AI 연구자원 파일럿 3000만 달러 △AI 포워드 이니셔티브 3억1000만 달러 등을 책정해 AI 글로벌 경쟁력과 안정성 확보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포함한 미국 연방 정부 내년도 AI예산은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역시 AI 관련 예산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IT 시장분석 기관 IDC는 중국의 2026년 AI 투자 규모가 270억 달러(약 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칩, 데이터센터 등 하드웨어에 절반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관측했는데, 미래 AI 경쟁에서는 하드웨어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인도도 2024~2025년 AI예산에 550억 루피(약 9000억원)를 투입하면서 AI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 정부는 앞선 3월에는 1030억 루피(약 1조7000억원) 규모의 ‘AI 이니셔티브’ 정책을 승인하면서 국가 AI 인프라 강화에 힘쓰고 있다. AI 기술 개발에서 주요국과 비교해 다소 뒤처진 인도는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확보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영국에서는 슈퍼컴퓨터 등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500억 파운드(약 90조원)가 투자될 수 있다는 의사를 재무부가 밝히면서, 업계의 기대가 크게 높아진 상태다.
한국 정부의 AI 관련 예산은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4조3000억원 규모의 ‘선도형 R&D 예산’이다. 정부는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R&D를 지원한다는 방침인데, 이 중 AI에 투입되는 예산은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미국의 AI 투자액은 약 300조원, 중국은 약 80조원에 육박한다. 한국은 10조원 수준으로 미국의 80분의 1, 중국의 20분의 1 수준이다. 주요국이 AI 투자액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어 2030년에는 이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산업은 결국 국가 차원의 막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산업”이라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면 AI를 통해 세상의 패러다임을 고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집단은 불리한 위치에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