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전대미문 '50홈런-50도루' 오타니 아닌 저지가 올해 최고 선수라고?…직접 분석하니 이유는 '이것'

2024-10-30 16:00
  • 글자크기 설정
오타니 쇼헤이 사진AP·연합뉴스
LA 다저스 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 [사진=AP·연합뉴스]

올 시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최고 선수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아무래도 많은 이들에게 '올 시즌 최고 선수가 누구인가'라고 질문하면 전대미문의 메이저리그 50홈런-50도루를 달성한 LA 다저스 지명타자 오타니를 떠올릴 것이다. 
 
뉴욕 양키스 외야수 애런 저지 사진AP·연합뉴스
뉴욕 양키스 외야수 애런 저지 [사진=AP·연합뉴스]
그러나 현지에서는 오타니보다 더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가 있다. 바로 오타니의 '타자 라이벌'인 뉴욕 양키스 외야수 애런 저지다.

역대 최초의 기록을 세운 오타니와 비견되고, 더 높게 평가받는 저지의 성적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했던 것일까.
 
역대 최초 '50-50' 오타니 vs '58홈런' 저지
LA 다저스 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 사진AP·연합뉴스
LA 다저스 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 [사진=AP·연합뉴스]

오타니는 올 시즌 타율 0.310 54홈런 197안타 130타점 59도루 81볼넷 OPS 1.036을 기록하며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로 인해 올해 '투타겸업'이 아닌 타자에만 전념한 오타니는 전인미답의 '50홈런-50도루'를 달성하며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오타니의 50번째 홈런볼은 무려 439만2000달러(약 61억원)에 낙찰되며 종전 홈런볼 최고액이었던 마크 맥과이어의 시즌 70호 홈런볼의 가격인 300만5000달러(약 42억원)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뉴욕 양키스 외야수 애런 저지 사진EPA·연합뉴스
뉴욕 양키스 외야수 애런 저지 [사진=EPA·연합뉴스]

그러나 올 시즌 최고 선수를 묻는 각종 투표 결과에서는 오타니가 아닌 저지가 우세하다. 저지는 올해 타율 0.322 58홈런 180안타 144타점 133볼넷 OPS 1.159를 나타냈다. 건강한 저지가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금 입증한 시즌이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를 수상하며 선수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선수로 기록됐다. 여기에 베이스볼 다이제스트, 베이스볼 아메리카까지 품은 저지는 올해의 선수상 수상에서 3개나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오타니는 스포팅 뉴스 선정 올해의 선수상만 차지한 상태다.

여기에 두 선수는 각 양대 리그 MVP 선정이 유력하다. 지난 시즌까지는 아메리칸리그에서 경쟁을 펼친 두 선수는 3년간 MVP를 나눠 가졌다. 2021년 오타니, 2022년 저지, 2023년 오타니 순이었다. 이번 아메리칸리그 MVP는 저지가 유력하다. 오타니는 새롭게 무대를 옮긴 내셔널리그에서 MVP에 뽑힐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야구 역사의 신기록을 수립한 오타니보다 저지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를 살펴봤다. 스포츠 기록을 전공한 기자가 기록을 재가공해 살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해당 자료는 기자 본인이 직접 엑셀 파일을 활용해 만든 자료이기에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도루 가치 '고평가'가 눈을 속였다
오타니 쇼헤이가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가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루는 야구를 보는 재미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빠른 발을 활용해 투수를 흔들고, 베이스를 훔쳐낸다. 많은 도루를 성공시키는 선수들에게는 '대도'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이에 과거 야구에서 도루는 크게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현대 야구에서는 도루의 가치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의 부상 위험성과 실패를 각오하고 뛰어야 하는 상황 등 야구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여전히 도루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올 시즌 오타니의 '50홈런-50도루' 성공과 KBO리그를 지배한 KIA 타이거즈 김도영의 '40홈런-40도루' 달성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처럼 말이다. 김도영은 국내 선수 최초 KBO 40홈런-40도루에는 실패했지만, 38홈런-40도루를 기록하며 위대한 기록을 남겼다. 팀의 우승까지 도우며 '겹경사'를 누렸다.

하지만 사실 도루는 볼넷보다도 큰 가치가 없는 지표다. 100% 출루를 얻어내는 볼넷과 달리, 도루는 실패라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발에선 밀렸지만, 방망이와 눈에서 더 뛰어났던 저지
오타니와 저지의 정규리그 타수당 TB와 타석당 AB 비교 그래프 그래픽이건희 기자
오타니와 저지의 정규 시즌 타수당 TB와 타석당 AB 비교 그래프 [그래프=이건희 기자]

실제 오타니의 지표와 저지의 기록을 비교 분석하면 두 선수의 큰 차이는 볼넷과 도루에서 나타난다. 여기에 안타와 홈런으로 얼마나 많은 베이스를 얻어냈는지 알 수 있는 토털 베이스(TB)를 더해봤다. 이를 간단히 기자는 전체 베이스 총합(AB)이라는 명칭으로 정의했다. 여기서 AB는 실제 야구 기록에서 쓰여지는 타수(AT BAT)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ALL BASE라는 뜻을 내포했다.

먼저 오타니의 기록을 살펴보자. 오타니는 올 시즌 411개의 TB를 기록했다. 볼넷은 81개를 나타냈다. 여기에 59개의 도루를 성공시키고, 4번의 도루 실패를 보였다. 총 547개의 전체 베이스 총합 수치가 도출된다.

반면 저지는 올해 392개의 TB와 133개의 볼넷으로 활약했다. 도루 시도는 10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전체 베이스 총합은 535개다. 
 
정규리그 타수당 TB와 정규리그 타석당 AB 그래픽이건희 기자
오타니와 저지의 정규 시즌 타수당 TB와 타석당 AB [그래프=이건희 기자]

전체 수치는 오타니가 더 높다. 그러나 타석당 AB, 타수당 TB에서 저지가 더 앞선다. 먼저 타석당 AB를 살펴보면 오타니가 0.75로 0.76인 저지에 비해 근소하게 밀린다. 타수당 TB에서는 그 차이가 꽤 벌어진다. 오타니가 0.65, 저지는 0.70을 나타내 약 0.05 격차가 난다.

이뿐 아니라 저지는 오타니와 달리 외야수 수비에 지속적으로 가담했다. 지명타자인 오타니에 비해 수비 부담이 심했을 터다. 그럼에도 평균 타격 수치에서 오타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 물론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먼저 오타니는 전체적인 총 베이스에서 우위를 점했다. 저지는 평균적으로 더 잘 출루하고, 멀리 때려냈다. 또한 저지는 수비에 가담했다. 야구는 단순히 타격만으로 이뤄지는 종목이 아니다. 투구, 수비, 타격이 모두 잘 어우러져야 한다. 그렇기에 오타니가 올해 지명타자로 뛴 점을 고려하면, 저지보다 더 훌륭한 시즌을 보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납득이 된다. 
 
'가을저지'의 굴욕에도 WS 4차전까지 여전히 저지의 우위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포함한 저지와 오타니의 TB와 AB 그래픽이건희 기자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합산한 저지와 오타니의 TB와 AB [그래프=이건희 기자]

저지와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우승컵을 놓고 월드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이 과정까지 오는 2번의 시리즈와 오늘까지 진행된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의 경기를 합산해 봤다.

'가을저지'라는 말처럼 저지의 부진이 길어졌기에, 오타니가 역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어 포스트시즌 결과를 추가했다.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합산 결과 전체 표본은 오타니가 저지보다 높았다. 오타니는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TB는 435개, AB는 558개를 기록했고, 저지는 TB 406개, AB 546개를 보였다.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합산한 저지와 오타니의 타수당 TB와 타석당 AB 그래픽이건희 기자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합산한 저지와 오타니의 타수당 TB와 타석당 AB [그래프=이건희 기자]

다만 저지가 우세했던 타수당 TB와 타석당 AB에서 오타니는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타수당 TB는 오타니 0.63, 저지는 0.67을 나타냈다. 타석당 AB에서는 오타니 0.69, 저지 0.72라는 결과가 나왔다. 

정규 시즌과 비교하면 오타니는 저지와 격차를 타수당 TB에서는 0.01개 차이를 줄였으나, 타석당 AB에서는 오히려 0.02개가 더 벌어졌다. AB의 경우 오타니가 지난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부상을 당해 도루를 자제하고 있기에 격차가 늘어난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타석과 타수가 저지보다 많았던 점과 영향이 미비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가을 야구 표본이 전체 시즌에 비하면 매우 적기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기 힘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올해 오타니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저지의 해'라고 불리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도 현재 WS 4차전까지 오타니 소속팀 다저스가 양키스에 시리즈 전적 3-1로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오타니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오타니의 해'로 바뀔 가능성도 농후하다. 오타니가 역사적 기록을 동반한 시즌에 첫 가을 야구 진출, 그리고 우승까지 이뤘다는 완벽한 스토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