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을) 마구 쓸 수 없는 구조다. 대회를 키우게 한 것도 문체부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문체부에 요청한 상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0분 만에 말을 바꾸는 등 국감 내내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으로 일관했다.
이 회장의 위증은 한둘이 아니다. 거짓이 드러났는데도 태연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뻔뻔한 모습까지 보였다. 지난달 24일 문체위 현안질의에서 이 회장이 강원도 체육인들과 만나 문체부를 ‘괴물’이라고 표현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부인했다가, 당일 오후 이 회장의 육성 발언 녹음 자료가 공개되자 결국 사과해야 했다.
하지만 거짓말은 멈추지 않았다. 파리올림픽 선수단 공항 해단식과 관련해 이 회장이 ‘장관이 오면 인사조치 하겠다’는 식으로 겁박한 것도 부인했지만, 이 역시 사실로 드러났다. 진종오 의원(국민의힘)이 “선거를 위해서 급조해서 만든 사단법인 서담에 대한 지적에 답변을 회피했고, 국가기관에서 발급한 등기 서류에 적힌 부인의 세금 체납 사실에도 불구하고 세금 체납 사실이 없다고 위증을 했다”고 언급하는 등 국감에서는 이 회장의 위증을 규탄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접대골프 의혹과 관련해 이 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진실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정 회장이 3선 연임 최종 심사를 했던 김병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장과 골프를 친 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그 자리에 이 회장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은 “정몽규 회장이 초청해서 쳤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 회장은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서로 말을 달리 하고 있어서,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잇따른 위증에도 불구하고, 두 회장이 실제로 처벌을 받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문체위 소속 의원실 한 관계자는 “11월 1일 예산 회의에서 고소·고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다른 위원회들이 고소 고발 등을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보고 선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발을 취합해서 양쪽 간사가 합의할 것”이라면서도 “11일 현안질의에서 이기흥 회장의 태도를 본 뒤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문체부는 10월 말로 예정됐던 축구협회 특정 감사에 대한 종합 결과를 11월 초에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이 감사에서는 골프 접대 의혹 등은 다뤄지지 않았을뿐더러, 축협에 자율적인 시정을 요구하는 그간의 입장에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감사 진행 중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해 감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별건으로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