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국회의 본격적인 예산 정국이 시작되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 30조원가량의 대규모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각종 기금에서 가용 재원을 모두 쓰고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보내는 교부세를 삭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무엇보다 대규모 세수 결손에 대한 여야 입장이 엇갈리면서 이번 국정감사처럼 예산 정국도 여야 간 날 선 공방만 이어지면서 '빈손'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전날 발표한 '2024년 세수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에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은 추가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가용 재원을 활용한 방안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재정 돌려 막기'라며 청문회까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엔 주택도시기금 여유 재원도 사용합니다. 주택도시기금이란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서민주택 금융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용·관리합니다. 주로 청약저축이 주요 재원입니다. 이외에도 국유재산관리기금과 지난해 이월된 4조원 내외 공공자금관리기금 등도 세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투입됩니다.
기재부 측은 국고채 발행이나 올해 예산 집행을 줄이는 방법이 아닌 기금 가용 재원 활용 방안을 택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기재부의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을 두고 설전을 벌였습니다. 여당은 기재부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했지만, 야당은 '재원 돌려 막기'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은 지속 가능성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며 "국채 발행 없이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 내 여유 재원과 가용 재원을 최우선으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결단이라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예산은 국민의 돈이고 기재부가 관리하는 것인데, 마치 기재부 마음대로 '주물럭'할 수 있는 것처럼 엿장수 마음대로 재정을 주무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당 임광현 의원도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월 외평기금 추가 활용 검토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두 달도 되지 않아 말을 바꿨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른바 '재정 청문회'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오기형 의원은 "정부의 세수 결손 관련 대응에 대해 유감"이라며 "감사원의 감사 청구, 재정 청문회도 한번 검토해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 의원은 "희망만 얘기하고 전망이라는 걸 과학적 근거라고 얘기하면서 국민을 수치로 속이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또 민주당 의원들은 기재부가 종합 국감을 앞두고 세수 재추계 대응 방안을 발표한 것에 거센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박홍근 의원은 "세수 결손 대책과 관련해 국감 전에 보고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으나, 오늘 국회에 보고하기 전에 보도자료를 통해 내용을 받아봤다"며 "이게 정당한 보고 절차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졌습니다.
특히 정부의 세수 결손 대응 방안 중 가장 우려의 목소리가 큰 지점은 지방교부세 대규모 삭감입니다. 기재부는 "세수 재추계에 따라 감액해야 할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총 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면서 "3조2000억원은 중앙 정부 자체 재원·기금을 활용해 각 지자체에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2026년도에 6조5000억원을 지급한다고도 했지만, 결국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해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기재부 종합감사에서 "세수 재추계에 대한 재정 대응 방안 보고에 앞서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점 송구하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