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후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공개적으로 김건희 여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실을 압박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의 이 같은 행보로 인해 당정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는 23일 오전 당대표 취임 후 첫 확대당직자 회의를 열고 11월이 되기 전까지 당정이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전 당정이 김 여사 리스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되겠느냐. 김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지금처럼 김 여사 관련 이슈들이 국민들이 모여서 하는 불만의 1순위가 되면 안 된다"며 "민주당을 떠난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대표는 김 여사 의혹 해소와 관련해 '특별감찰관' 제도를 언급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공무원으로 박근혜 정부 이후 임명되지 않고 있다.
그는 "특별감찰관 추천에 있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우리는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력히 요구하고 관철할 것이다. 그러나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그 이유로 미루진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 대표는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을 소집하기도 했다. 전날 서울 여의도 모처에는 22명의 친한계 인사가 모여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에 대한 날 선 이야기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친한계 핵심 인사는 당시 모임의 성격을 두고 "(대통령실로부터) 푸대접을 받았으니 우리가 대접하려고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 역시 "모이는 것 자체가 (대통령실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이어지는 한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원외 인사는 아주경제에 "앞으로 친한계와 친윤계가 사사건건 싸우게 될 것 같은데, 처음에는 국민들도 응원하겠지만 싸움이 길어지거나 늘어지면 결국 피로감을 호소할 것"이라며 "아직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데, 한 대표가 시기적으로 너무 빠르게 칼을 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한 대표의 움직임은 윤 대통령과 공멸의 길로 가는 선택일 수 있다"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는 이야기는 여당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편을 든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 대표가 용산과 거리를 두면서 오히려 당 지지율이 오르면 친한계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너무나도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 대표가 각을 세우면 당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라며 "이런 가시적 효과가 나타난다면 당내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이들도 친한계에 붙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