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 소식을 언급하며 자신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는 한국이 ‘돈 버는 기계’라며 자신이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3조원을 지불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트럼프는 15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북한이 남한으로 가는 철도를 폭파시켰다고 한다”며 “이것은 나쁜 소식”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오직 트럼프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재임 중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포함해 유세 때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다.
트럼프는 이날 시카고 소재 ‘시카고 경제 클럽’에서도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 사실을 소개하면서 “(국가 간 도로 교통의 측면에서) 한국이 지금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여러 곳으로부터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 간 도로를 통한 중국, 러시아와의 육로 왕래는 과거 남북 관계가 좋았던 시절의 목표였을 뿐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일인데, 트럼프는 마치 한국이 육로로 중·러와 왕래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한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내가 백악관에 있으면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지출할 것”이라며 “그들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가 거론한 연간 100억 달러는 한국이 2026년 지불할 액수의 9배에 가까운 액수다. 한·미는 이달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 문안을 타결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재임했을 때 50억 달러(약 6조8100억원)의 연간 방위비 분담금을 처음에 요구했으나 한국이 난색을 표해 일단 20억 달러(약 2조7200억원)를 내게 하고 그 다음 해에 50억 달러로 만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자신이 논의한 것을 뒤집었다면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재차 4만명으로 언급하면서 주한미군이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나는 한국에 ‘미안하다. 당신들은 당신들 군대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 군인 4만명이 거기 있다. 당신들은 비용을 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은 매우 부유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트럼프는 자신이 집권할 경우 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재차 거론하면서 관세가 미국 경제에 엄청난 효과,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업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되면) 발언할 권리가 내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의 독립성 침해 가능성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핀 언급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