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中일국양제 新모델…마카오 자본·인재 흡수하는 '헝친 합작구'

2024-10-17 06:00
  • 글자크기 설정

中 '웨강아오 대만구 핵심…'헝친 합작구'

習이 4차례 방문한  '마카오 배후지'

법인세, 개인소득세 감면에 무관세까지

다리·MRT·車번호판…웨강아오 '초연결시대'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 헝친 합작구 국경간 전자상거래  기지에서 마카오 전자상거래 기업의 한 인플루언서가 라이브방송을 하고 있다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 헝친 합작구 국경 간 전자상거래 기지에서 마카오 전자상거래 기업의 한 인플루언서가 라이브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홍콩·마카오에서 사려면 300~400위안이 넘지만 오늘 라이브방송에서 병당 219위안(약 4만2000원)이라는 가격에 선사합니다."

지난 9일 오후 취재진이 방문한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에 위치한 헝친·광둥성·마카오 심도 합작구(이하 헝친 합작구)내 국경 간 전자상거래 라이브방송 기지. 이곳에 입주한 마카오 현지 전자상거래 기업인 신다루(新大陸)의 한 인플루언서가 라이브방송으로 스위스 수입 화장품을 한창 홍보 중이다. 
마카오 기업이 중국 본토로 건너와 라이브방송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주하이시가 마카오시와 공동 개발하는 이곳 합작구는 마카오와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을 정도로 가깝다. 게다가 현지 정부는 이곳을 국경 간 전자상거래 핵심 거점으로 키우기 위해 임대료를 최고 80%까지 할인하고 최고 50만 위안인 보조금은 물론 각종 세제 혜택도 지급한다. 현재 이곳 전자상거래 기지에 입주한 기업만 50곳, 이 중 18곳이 마카오 기업으로 채워졌다. 

마카오와 최단 거리로는 강을 사이에 두고 고작 187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헝친 합작구는 오늘날 마카오의 배후 도시로 개발되며 마카오 기업과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중국은 헝친 합작구를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광둥성 남부 일대를 아우르는 '웨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 경제 통합의 상징성을 띠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새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 헝친합작구에서 바라본 마카오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 헝친 합작구에서 바라본 마카오. [사진=배인선 기자]
 
習 4차례 방문한  ‘마카오 배후지’ 헝친 합작구

지난 8일 주하이 진완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与澳共舞 琴声澎湃(Macao and Hengqin, Will take you Further)’라는 글귀가 한눈에 들어온다. 헝친을 마카오와 한데 묶어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다.
 
사진배인선 기자
주하이 진완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与澳共舞 琴声澎湃(Macao and Hengqin, Will take you Further)’라는 글귀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배인선 기자]

사실 헝친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후계자로 낙점된 이후 주도적으로 추진한 첫 프로젝트다. 2009년 1월 당시 국가부주석이었던 시 주석 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돼 같은 해 8월 국무원이 '헝친 신경제 특구 발전계획'을 비준했다.

서울의 6분의 1, 마카오의 3배 수준인 106㎢ 면적의 헝친 합작구는 광둥성과 마카오, 홍콩을 잇는 웨강아오 대만구 경제권의 새로운 허브로 조성 중인 곳이다. 시 주석은 2009년부터 2012년, 2014년, 2018년 등 네 차례 헝친 합작구를 방문했다. 

헝친 개발에 마카오를 끌어들여 한 몸처럼 묶어 발전시켜 나감과 동시에 카지노 외에 별다른 주축 산업이 없는 마카오 경제의 다각화 발전을 촉진해 일국양제의 새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게 중국 측 계획이다. 

특히 마카오 반환 25주년인 올해까지 중국은 헝친 합작구에 마카오 주민·기업을 흡수해 마카오와 통합 발전하는 구도를 초보적으로 수립하는 1단계 목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중국이 세계 1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2035년에는 헝친과 마카오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경제 기술 발전을 실현함으로써 사실상 중국 일국양제의 새로운 모델로 만들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자료헝친합작구
[자료=헝친합작구]
 
법인세·개인소득세 감면에 무관세까지
 
헝친합작구 개요
헝친 합작구 개요

특히 헝친 합작구에서는 △첨단 하이테크 △문화·관광·컨벤션 △중의학 △현대 금융서비스 산업 등 4대 핵심 산업을 적극 밀고 있다. 이 네 가지 산업 육성에 필요한 기업과 인재 유치를 위해 정부는 헝친 합작구에서 법인세·소득세·관세 감면 혜택 제공은 물론 보조금과 같은 다양한 지원책도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쌍(雙) 15%' 정책이다. 원래 중국의 기업 법인세율은 25%지만 헝친 합작구에서는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은 모두 법인세율 15%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심지어 현대서비스업, 관광, 하이테크 기업은 법인세가 면제다. 또 고급 인재에 대해서는 개인소득세율 15%를 초과하는 실질 세부담도 면세해 주고 있다. 특히 마카오 주민은 합작구 내에서 현지 주민과 동일한 의료·행정·교육 등 공공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창업 지원 및 인터넷·휴대폰 요금 인하 혜택도 받는다. 

게다가 마카오에서 헝친으로 또는 헝친에서 마카오로 들여오는 상품은 모두 면세 혜택을 적용받는다. 개인이 헝친에서 중국 본토로 들여오는 상품도 8000위안까지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재 중국의 개인 면세품 한도인 5000위안보다 훨씬 높다. 이 밖에 헝친 합작구에 소재한 기업이 물품을 수입한 후 역내에서 가공한 부가가치가 30%를 넘는 화물에 대해서는 수입 관세가 면제된다. 

이는 모두 중국 본토와 헝친 마카오 간에 인적·물적 교류가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다리·경전철·車번호판까지···웨강아오 ‘초연결 시대’

헝친과 마카오를 한데 묶기 위한 인프라 작업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취재진이 지난 9일 저녁 마카오로 건너가기 위해 찾은 헝친 커우안(口岸·국경통상구). 지금은 커우안에서 출입국 수속을 마친 뒤 버스나 택시를 타고 마카오 시내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이달 말 마카오 MRT 경전철이 고가도로와 강 아래 터널을 통해 헝친 커우안까지 직통으로 연결되면 마카오와 중국 본토 주민들이 편리하게 양쪽을 오갈 수 있게 된다.

2018년 10월 개통된 강주아오 대교는 주하이와 마카오, 홍콩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다. 총 길이 55㎞인 세계 최장 철골구조 해상 교량으로, 건설 전 5년간 준비 작업까지 포함하면 장장 15년에 걸쳐 무려 1200억 홍콩달러를 투자해 건설했다. 

시 주석이 웨강아오 대교 개통식에도 직접 참석했을 정도로 이 다리는 웨강아오 대만구 전략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광둥·마카오·홍콩 세 지역이 한마음 한 뜻으로 손잡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아 ‘중궈제(中國結·중국매듭)’를 본떠 세운 칭저우항도교(青州航道橋)는 강주아오 대교의 랜드마크다.

현재 주하이에서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면 40분 내로 홍콩에 도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주하이에서 홍콩으로 가기 위해선 육로는 반드시 선전을 거쳐야 해서 4시간 걸리거나 배를 타도 1시간이 걸렸다. 
 
강주아오 대교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주하이~마카오~홍콩을 잇는 강주아오 대교 [사진=배인선 기자]

기자도 직접 주하이에서 홍콩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봤다. 출국 수속을 마친 뒤 아침 9시 15분에 출발한 버스는 10시도 채 안 돼 홍콩 커우안에 도착해 (홍콩) 입경 수속을 밟았다. 홍콩에서 업무를 보고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주하이로 돌아와도 오후 2시다.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웨강아오 주민의 반나절 생활권이 조성된 셈이다. 

웨강아오 대만구 통합을 위해 출입국 수속이나 세관 절차 등 편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현재 웨강아오 커우안에서 마카오로 건너갈 때는 여권을 한 번만 보여주면 중국·마카오 출입국 심사를 동시에 마칠 수 있다. 기존에 중국과 마카오 출입국 심사를 각각 따로 받아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심사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한 것.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 화물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원스톱 검사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화물차가 세관을 통과할 때 제출한 자료 정보는 서로 다른 검역 부처로 동시에 발송해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화물차 세관 검역에 걸리는 시간도 3분으로 단축한 것이다. 
 
중국 광둥성 홍콩 마카오 번호판 3개를 한꺼번에 단 자동차 지금은 광둥성 번호판 없이 홍콩 마카오 번호판만으로도 간편하게 광둥성을 오고갈 수 있는 정책도 내놓았다   사진웨이보
중국 광둥성, 홍콩, 마카오 번호판 3개를 한꺼번에 단 자동차. 지금은 광둥성 번호판 없이 홍콩, 마카오 번호판만으로도 간편하게 광둥성을 오갈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았다. [사진=웨이보]

웨강아오 대만구 내 물적·인적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자동차 번호판 규제도 완화했다. 주하이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흰색(앞)·노란색(뒤) 바탕인 홍콩 번호판, 알파벳 'A' 혹은 'M'으로 시작하는 검은색 바탕인 마카오 번호판을 단 차량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는 중국 대륙 통행증만 가지고 있으면 홍콩·마카오 지역 번호판 자가용도 한번에 최장 한 달, 매년 180일 이내에 광둥성에서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한 덕분이다. 기존에는 홍콩·마카오 번호판 자가용을 몰고 광둥성으로 들어오려면 신청서와 서류 등을 광둥성 정부에 제출해 '粤Z'로 시작하는 광둥성 번호판을 발급받아 2개 번호판과 함께 달고 다녀야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