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발달장애인 신뢰관계인 동석 고지 안한 경찰 조사 위법"…법원 첫 판단

2024-10-16 08:18
  • * AI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맥락과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 전체를 보시길 권장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권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 조서에서 "현행법에 따라 경찰이 피고인이 발달장애인임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신뢰관계인 동석 등을 신청할 수 있다는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며 "피의자 신문조서들은 적법 절차에 반해 작성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어 (본 재판에서) 채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를 대리한 손영현 국선전담변호사는 "판결은 아니고 공판준비기일 조서에 기재된 것이긴 하지만 증거능력이 없어 채택하지 않겠다는 것을 번복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사건에서 증거에 대한 판결과 같다고 볼 수 있다"며 "2년 전 비슷한 사건에서 같은 주장을 했지만 법원이 '발달장애인이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권을 고지할 필요가 없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진일보"라고 설명했다.

  • 글자크기 설정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202304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2023.04.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발달장애인에게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권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16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는 최근 점유물이탈횡령죄,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사건 국민참여재판 공판준비기일에 증거채택 결정을 하면서 "발달장애인에게 발달장애인법에 따른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권을 고지하지 않으면 적법 절차 위반"이라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발달장애인 A씨는 길에 떨어진 다른 사람 신용카드를 주워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경찰에서 피의자 신문을 받을 당시 경찰관에게서 '피의자는 발달장애인법에서 규정하는 발달장애인에 해당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발달장애인'이라는 뜻을 잘 몰랐던 A씨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이어 조사 마지막에 '추가적으로 제출할 자료나 의견이 있느냐'는 경찰 질문에 A씨는 '제가 지적장애 3급인데 참고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가 지적장애가 발달장애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같이 대답했지만 경찰은 A씨에게 발달장애인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권을 고지하지 않았다. 발달장애인법 제12조는 수사기관이 발달장애인을 조사할 때는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경찰청에 발달장애인을 조사할 때는 장애 여부를 묻고 신뢰관계인 동석 권한을 안내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A씨 사건 국민참여재판 공판준비기일에 신뢰관계인이 동석을 고지하지 않고 이뤄진 피고인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논쟁의 중심에 섰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들에게 증거를 보여주기 전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과 변호인, 검찰이 참석한 가운데 증거채택 결정을 하게 된다. 

A씨 측은 "수사기관이 장애 사실을 알고도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적법 절차 위반"이라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발달장애인이라도 수사관이 보기에 불필요하다면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권을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 조서에서 "현행법에 따라 경찰이 피고인이 발달장애인임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신뢰관계인 동석 등을 신청할 수 있다는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며 "피의자 신문조서들은 적법 절차에 반해 작성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어 (본 재판에서) 채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를 대리한 손영현 국선전담변호사는 "판결은 아니고 공판준비기일 조서에 기재된 것이긴 하지만 증거능력이 없어 채택하지 않겠다는 것을 번복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사건에서 증거에 대한 판결과 같다고 볼 수 있다"며 "2년 전 비슷한 사건에서 같은 주장을 했지만 법원이 '발달장애인이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권을 고지할 필요가 없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진일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신뢰관계인 동석을 고지하지 않으면 적법 절차에 위반된다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법원이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