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준 "'백설공주에게', 내겐 전환점인 작품…첫 단추 끼웠죠"

2024-10-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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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주연 배우 고준 사진애닉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주연 배우 고준 [사진=애닉]

배우 고준(45)은 언제나 '전력투구' 해왔다. 역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들여다보았고 완벽히 체화하려고 했으며 온몸과 마음을 던져왔다. 인물의 희로애락을 직접 느끼고 마음을 다해야만 역할에 가까워질 수 있어서였다.

MBC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극본 서주연·연출 변영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공법'으로 작품과 캐릭터에 임했고 시청자들은 그의 진심을 느꼈다.
"배우로서도, 시청자로서도 정말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어요. 2001년 데뷔해서 23년 동안 연기 활동을 해왔지만 이렇게 자신 있게 지인들에게 소개했던 작품이 없었던 것 같아요. 늘 수작에 목말라했고, 훌륭한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었는데. '백설공주'로 그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백설공주' 그리고 '노상철'은 제게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극 중 '노상철'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배치된 엘리트 형사다. 그는 사랑하는 예비 신부가 자신 때문에 죽음을 맞자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으로 광수대에서 파면돼 지방 도시 무천으로 떨어졌고 '고정우'(변요한 분)와 부딪치며 10년 전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노상철'은 극 중 서사에 '돌'을 던지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대본으로는 강한 느낌이 아니었는데 감독님께 '억울함을 부술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조금 더 센 느낌으로 표현하게 됐어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주연 배우 고준 사진애닉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주연 배우 고준 [사진=애닉]

고준은 '노상철' 캐릭터가 변영주 감독의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을 절묘하게 섞어 만든 캐릭터라고 말했다.

"'노상철'이 가진 모습에 변영주 감독님의 시선과 이성적이고 지적인 모습이 섞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감독님을 보며 영감을 많이 얻었거든요. 굉장히 따뜻하신 분이셨고 호쾌하시면서도 예리하고 섬세하셨어요. 그런 점들과 제 모습들을 '노상철'이라는 캐릭터에 반영해 보려고 한 거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의 독일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고준은 "원작 소설을 구했으나 조금 읽다가 말았다"며 원작을 레퍼런스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책을 읽다 보니 (원작이) 제게 어떤 고정관념을 심어 줄 것 같더라고요. '노상철'은 소설 속 두 명의 형사를 한 명으로 빚어놓은 캐릭터기 때문에 오히려 (소설을 읽으며) 혼선이 생겼어요. 또 한국화된 작품이고 캐릭터기 때문에 (원작에) 지배당하면 안 될 거라고 여겨서 대본에 충실하게 임했습니다."

고준은 '노상철' 캐릭터를 위해 직접 형사들과 만나 인터뷰했고 실제 생활을 지켜보기도 했다. 형사들의 온·오프를 지켜보며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캐릭터에 끌어오고자 했고 유머러스하고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빚어냈다.

"'노상철'은 마초적인 성격이지만 진중하고 무겁기보다는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면이 강해요. 실제로 형사님들을 만나보니 굉장히 유머러스하시더라고요. 패션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으셨는데 운동화에 대해 한참 이야기 나누었던 게 기억이 나요. 일을 대하는 태도와 일상적인 모습을 보면서 그런 점들을 캐릭터에 꼭 표현하고 싶더라고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주연 배우 고준 사진애닉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주연 배우 고준 [사진=애닉]

드라마 '미스티' 이재영, '열혈사제' 황철범, '너무 한낮의 연애 이필용', 영화 '타짜: 신의손' 유령, '럭키' 권희락, '청년경찰' 영춘 등 고준이 연기 한 캐릭터들은 고정적인 이미지를 비틀어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인물이었다. 특히 예상 가능한 특징들을 비튼 '이재영', '황철범' 등의 캐릭터는 대중에게도 큰 반응을 얻어왔던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노상철 역시 마초적이면서도 따스한 매력이 깃든 인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저만의 목표에요. 기존 캐릭터를 답습하는 건 '준비를 덜 했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데 워낙 캐릭터가 많이 나와서 비껴가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저는 슬플 때 슬픔을 표현하기보다는 희화 시키면서 슬픔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추구해요.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들이 그렇듯 가장 긴장되는 순간 '삐끗'한다거나 하는 식이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점들을 시도했었는데 작품 전개상 전부 담기지는 않았어요. 하하."

고준의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케미스트리'다. 그는 상대 배우들을 가장 빛나게 만들었고, 텐션을 일으키며 케미스트리를 빚어왔다. 특히 '열혈사제' 황철범은 박경선(이하늬 분)과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보여 시청자들 사이에서 팬덤을 형성할 정도였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리액션'이거든요.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걸 그대로 받아내는 걸 중요하게 여기니까 자연스레 케미스트리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케미스트리가 좋았더는 건 곧 '그분들' 덕이에요. 저는 받아먹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하. 저는 그 역할이 되어야만 하는 편이라서 작품 속 관계성을 만들기 위해 실제로도 그 인물과 같은 거리를 만들어요. 극 중 캐릭터들이 가까우면 자연스레 다가가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관계가 멀면 눈도 잘 안 마주치려고 해요. '실제'가 주는 힘, 그 '리액션'이 주는 힘이 있거든요."

같은 이유로 극 중 고정우 역을 맡은 변요한과도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했었다고. 노상철은 고정우를 오해하고 그를 적대시하지만 10년 전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고정우에 대해 항변하는 인물. 그는 실제로도 변요한에게 깊은 애정을 느껴왔다며 눈을 빛냈다.

"(변)요한이와는 드라마 시간 흐름처럼 친해졌어요. 점점 더 가까워졌죠. 드라마 후반쯤에는 연기를 안 했어요. 실제 그런 마음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정우가 법원에서 좋은 결과를 받고 공원에서 마주하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요한이가 달려와 안기니 '심쿵' 하더라고요. 사실 요한이가 그렇게 연기할 줄 몰라서 갑자기 저를 향해 달려오기에 '앗, 뭐지? 지금 키스라도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하하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주연 배우 고준 사진애닉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주연 배우 고준 [사진=애닉]

이번 작품에서도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자랑한 그는 변요한과의 베스트 커플상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미 (베스트 커플상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에요. 만족스럽거든요.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고 케미스트리가 좋았으니 (상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아니 받을 계획입니다. 하하."

이 외에도 법정 신을 찍으며 정우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고도 말했다.

"편집되었기는 한데 법정 신을 찍을 때 정우 때문에 눈물을 흘렸어요. 정우가 무죄 판결을 받는 장면이 있는데 순간 엄청나게 몰입이 되어서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눈물이 왈칵 났어요. 요한이가 또 그걸 보고는 막 우는 거예요. 그 순간 뭔가 느꼈어요. 배우가 굉장히 원하는 순간이기도 하거든요. 이번 작품을 하며 선후배님들과 그런 감정을 많이 나누고 느낀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고준은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로 데뷔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해 왔다. 그러나 2020년 KBS2 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 이후 공백기를 가졌고 4년 만에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다.

그는 공백기 동안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심리 치료를 위해 시작한 그림 그리기는 업계서 큰 반응을 얻으며 고준에게 새 활로를 열어주었다.

고준은 "사실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십자인대가 끊어져 두 번이나 수술을 받고 공백기가 길어지며 출연하기로 했던 작품, CF 등을 모두 물리게 되었거든요.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고 우울증까지 오게 되었어요. 병원에서 '미술 치료를 해보라'고 제안해 주셨고, 어릴 적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터라 '해보자' 싶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런데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신기했어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주연 배우 고준 사진애닉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주연 배우 고준 [사진=애닉]

고준의 그림은 미술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자유분방하면서 독특한 작법으로 이목을 끌었고 올해 초에는 미국 뉴욕 소호 파크 웨스트 갤러리에서 진행된 '소호 갓 서울'(SoHo's Got Seoul)에 작품까지 전시했다.

"전시까지 하게 돼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그림 그리는 걸 본업으로 하는 화가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전시를 해보니 화가들이 정말 어렵게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작가 계약이 들어왔지만 거절했어요. 화가분들을 보니 어디 가서 함부로 '그림 그린다'고 하기 어렵더라고요. 제게 그림은 에너지를 달랠 수 있는 행위이고 치유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는 그림을 통해 번 돈도 후배들을 위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후배들과 함께 영상 콘텐츠를 찍는데 (돈을) 쓰고 있어요. 많은 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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