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고령화 해법 'PC' 시장…얼어붙은 수요·원가 인상에 '흔들'

2024-10-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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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공급 급감에…일부 OEM업체 최근 가동률 10%대로 하락

"건설고령화 개선 위해 PC 등 탈현장공법 시장 위한 지원 마련 나서야"

수도권의 한 물류센터 사진김윤섭 기자
수도권의 한 물류센터. [사진=김윤섭 기자]

“이미 올해 4월부터 공장 가동중단에 나서거나 가동률이 떨어진 업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반도체 공장 등 수주 물량이 꾸준히 나오는 분야를 선점한 업체는 버티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업체는 토목 구조물 등으로 수주 분야를 바꿔야 하는 형편인 데다 유동성마저 없어 말 그대로 고사 위기입니다” (수도권의 한 PC 제작업체 관계자)
 
건설업계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탈현장 공법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시장의 업황 악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수주 물량 급감 전망에 이어 시멘트와 철근 등 주요 자재 인상도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PC공법에 사용하는 자재를 생산하는 수도권 일부 PC 생산업체의 가동률이 전년 말 대비 10~20%포인트씩 낮아진 상태다. 일부 업체의 경우 공장 가동 자체를 멈추거나 가동률이 10%를 밑도는 곳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충청북도에 위치한 한 A 생산업체의 경우, 주로 수도권 물류센터를 건설하는 건설사에 PC 구조물을 납품해 왔지만 최근 수요가 급감하며 지난달에는 평균 공장 가동률이 10%대에 그치고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평년만 해도 가동률이 50%는 됐고, 시황이 안 좋았던 2023년에도 30% 후반은 유지했는데 올해부터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규모가 있는 업체들도 가동률이 30%대 밑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간 PC시장 확대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물류센터 시장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최근 급격히 식은 데다, 특수 공장과 민간 아파트 공급까지 줄면서 수주난으로 업체 간 단가 출혈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도권에 주요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중견 B 제조업체 관계자는 “현재 수주 단가가 거의 바닥인 상황이다. 수주가 워낙 안 되니까 다들 저가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가동을 못하는 업체들이나 PC 외에 다른 포트폴리오가 없는 업체들은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기거나 공장을 세우는 순간 은행에서 대출 회수가 들어오는 상황이다. 공장에 드는 경비를 최소화해서라도 수주에 나서 자금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국내 물류센터 공급량은 2023년 정점인 184만2000평에서 올해는 123만2000평으로 약 33% 감소하고, 2025년에는 올해 대비 절반인 60만평 수준으로 급감할 예정이다. 수도권 내 물류센터 인허가 물량도 올해 1분기 24건에서 2분기에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신규 착공 물량도 2분기 10건 남짓에 그친 상황이다.
 
물류센터 외에 PC 자재가 많이 사용되는 반도체 공장 및 아파트 지하 주차장 수주 역시 물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에 납품하는 업체의 경우 그나마 사정이 나아 일부 업체는 4월 40%에서 현재는 70% 이상의 가동률도 유지한다”면서 “다만 그렇지 못한 업체나 메인 PC사들 수주 물량을 OEM(주문 위탁생산) 받는 업체들은 향후 연말까지 가동률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PC 구조물의 주 재료인 시멘트 등이 출하 문제로 최근 가격이 가파르게 뛰면서 업체들의 부담도 심화되고 있다. 국내 시멘트 출하량은 2021년 5041만톤에서 2022년 5060만톤, 2023년 5096만톤으로 매해 5000만톤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상반기 2284만톤으로 5000만톤이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멘트 가격은 42%나 급등했다.
 
C업체 관계자는 “투입비가 올라가면 도급 단가도 유사하게 올라간다”며 “다만 가격 경쟁이 이어지고 있고, 수주 시점 이후 수개월 내에 원가가 빠르게 올라가면 이에 대해서는 고스란히 업체가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PC공법이 국내 건설업계의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을 개선할 수 있는 주요 해결책 중 하나로 꼽혀온 만큼 시장에 대한 지원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집계에 따르면 8월 기준 건설 기능인력의 평균 연령은 50.7세로, 기능인력 중 60대 이상의 비중도 25.4%에 달한다. 이는 2001년 연간과 비교할 때 그 비중이 18.8%p나 증가한 것이다. 고령화로 건설업 노동생산성 지수도 지난해 4분기 103.4에서 올해 1분기에는 93.9까지 하락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제6차 건설산업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탈현장 공법(OSC)에 대한 기술고도화 및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박희대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지원 확대를 통해 PC를 포함한 공장 제작 방식의 활용 가능성을 좀 더 많이 열어줘야 인력 부족이나 현장 생산성 하락에 대응하며 이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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