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명태균씨의 '입'에 여권이 거세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소개로 명 씨를 두 번 만났다'고 공식 해명을 내놨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증언이 속출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언론 공지를 내고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당직자가 명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며 "얼마 후 역시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 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의 핵심인 김건희 여사와 명씨와의 교류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대통령실 입장문과 다르게 김영선 전 의원은 본인이 명씨를 소개해 윤 대통령 부부와 만났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명씨의 전화기를 통해 김건희 여사와 통화했고, 윤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에 가니 명씨가 있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즉 윤 대통령과 명씨의 만남은 최소한 4차례 이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준석 의원은 2021년 7월 자신과 윤석열 당시 후보와의 이른바 '치맥회동' 성사 배경에 명씨가 개입돼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8일 공개했다.
문자메시지에서 이 의원은 명씨에게 "아까 말한 대로 일요일에 만들어 달라"고 하자, 명씨는 "내일(2021년 7월 24일) 오전 8시에 윤 총장(윤 대통령)에게 전화드리면 된다"고 답했다.
명씨는 또 "그동안 마음 상한 부분이 많으니 사과하고, 되도록이면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물어보라"며 "그리고 마음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라. 오늘 시간 내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즉 대통령실 설명과 다르게 명씨가 '치맥회동'을 배후에서 조율할 만큼 윤 대통령 측과 충분한 소통과 교감이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름 윤 대통령 당선을 위해 자신의 입장에서는 이리저리 뛰었던 명 사장을 그냥 졸로 쓰고 버리려고 하니까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거 아닌가"라며 "타조 머리를 아무리 모래 속에 박고 숨어도 문제 해결 안 된다"고 일침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작업한 여론조사를 들고 각종 선거캠프를 들락거리던 선거 브로커가 언젠가 일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파장이 클 줄은 예상 못 했다"며 "연루된 여권 인사들 대부분이 선거 브로커에 당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굳이 부인해서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넘어 가는 게 좋겠다"며 "검찰은 성역 없이 나온 의혹들 모두 수사하라. 머뭇거리지 말고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9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당당하고 솔직하게 소명해야 한다"며 "국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하고 저희가 하려는 정치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