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대출 다 갚을 때 쯤이면 40살이죠”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 일본 사립대 졸업생(25)은 300만엔, 한화로 약 2700만원을 17년 동안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학자금 상환 문제로 “정신적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에 따르면 일본의 대학 학부생들 가운데 55%는 어떤 형태로든 장학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싼 학비 탓에 장학금 이외에 추가로 내야 하는 돈은 대출을 받기도 하는데, JASSO를 통해 대출을 받은 학생들의 대출 총액은 평균 310만엔(약 2800만원)에 이르렀다.
일정 기간 대출금을 분할해서 상환 중인 사람은 2022년도 기준으로 약 483만 명에 달하며, 이들의 월 상환액은 평균 약 1만5000엔(약 13만6000원), 기간은 14.5년이었다.
최근에는 일본 국립 도쿄대가 20년만에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도쿄대생의 반발이 일어났다. 지난 9월 18일, 도쿄대 야스다 강당 앞으로 2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등록금은 저렴해야 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 단체는 온라인을 통해 2만7000여명의 서명을 모아 학교측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본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대학 등록금을 학생 개인이 부담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헌법에 공교육 무상화를 명시한 프랑스의 국립대는 자비 부담이 거의 없고, 독일도 주립대는 학비가 필요 없다. 영국과 미국은 개인지출을 원칙으로 하지만 풍부한 장학제도로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학비를 정부가 보조하게 되면 자녀가 없는 가정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있어 학비의 가계 부담률이 국제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것은 기업들이 학자금 상환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택시 업체인 다이와자동차교통은 2023년 4월부터 신입사원에게 매월 1만엔(약 9만원)을 한도로 최장 10년간 학자금 대출 상황을 지원하고 있다. 신입사원의 절반 정도가 이 제도를 신청했다고 한다.
다이와자동차교통과 같은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은 늘고 있는데, 2024년 9월 현재 약 2500개사에 이른다.
닛케이는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인재 육성 및 확보를 위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대학 등록금 등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