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의 미래에 대해 인간보다 1만배 높은 지능을 가진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ASI)이 “10년 안에 실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를 차세대 사업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최근 새로 출자한 오픈AI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AI 생태계 구축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3일 도쿄에서 열린 기업 대상 행사에서 강연 시간 대부분을 챗GPT 개발사 미국 오픈AI가 지난 9월 공개한 새로운 AI 모델 ‘OpenAI o1(오원)’ 설명에 할애했다.
OpenAI o1은 문제를 파악하고 결론을 도출해 내기까지 다양한 해결 전략을 시도하는 등 기존 챗GPT보다 추론 능력을 향상하도록 훈련된 모델이다. 논리적 사고가 가능해 고난도 수학 분야 등에서 기존 모델보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손 회장은 “주제를 잘 던져주면 깊이 생각하고 발명해낸다. 지능의 ‘골드러시’가 왔다"면서 “2~3년 안에 자기만의 AI가 생겨서 상담 상대가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OpenAI o1은 AI 스스로 행동한 결과에 따라 보상을 줌으로써 최적의 행동을 학습하게 하는 ‘강화학습’ 방식이 적용됐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손 회장은 “가장 큰 보상이 자신과 가족, 사회의 기쁨이 되도록 설계하면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는 초지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앞서 6월 주주총회에서도 초인공지능이 10년 정도 안에 실현될 것이라며 AI사업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범용 인공지능(AGI)은 3~5년 안에 올 것이다. 인공초지능(ASI)은 10년 안팎에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은 산하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통해 대량의 정보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AI용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나아가 소프트뱅크 산하 비전펀드는 최근 오픈AI에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가 샘 올트먼이 이끄는 오픈AI에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손 회장은 1년 전부터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올트먼, 애플 전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함께 AI 기기 개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오픈AI와 사업적 시너지를 높여 최신 사고형 AI에 대응하는 반도체 개발에 나서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이번에 비전펀드가 오픈AI에 투자한 금액은 펀딩(자금 조달)을 주도한 벤처캐피털 스라이브 캐피털의 투자 규모인 10억 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오픈AI에는 'AI칩 선두 업체' 엔비디아도 출자를 결정했고, 최대 주주 마이크로소프트(MS)도 7억5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1570억 달러(약 211조원)로 평가됐다. 틱톡 운영사인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2250억 달러(약 303조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가 2000억 달러(약 27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치 있는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 경쟁 스타트업 중 하나인 미국 ‘퍼플렉시티(Perplexity)'에도 2000만 달러(약 26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앞으로 소프트뱅크가 AI 관련 투자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투자를 통해 축적한 AI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향후 사업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신 AI에 대응하는 반도체 개발을 위한 소프트뱅크의 발걸음은 바삐 움직이고 있다. ARM을 통한 AI 반도체 개발 구상을 구체화해 2025년 봄 시제품을 완성하고, 같은 해 가을까지 양산 체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데이터센터, 로봇, 발전 사업 투자도 가속화해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