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형사소송법상 허용되는 영상 신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임의로 영상 증인신문을 한 뒤 녹음 파일을 증거로 사용한 하급심은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대학교수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학교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유령 조교 2명을 등록하고 조교 명의 장학금 742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B씨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범행에 대해서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B씨에 대한 검찰 측 영상 증인신문 신청을 받아들여 화상 장치를 이용한 증인신문을 실시했다. 이어 증인신문 당시 녹음한 파일과 그에 대한 녹취록을 증거로 A씨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방식이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A씨 사건에 적용된 옛 형사소송법은 '피고인과 대면해 진술하는 경우 심리적인 부담으로 정신의 평온을 현저히 잃을 우려가 있는 자'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영상 신문을 허용하는데 B씨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증인에 대한 증거조사 방식인 '신문'에 의하지 않고 증인으로서 부담해야 할 각종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채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증거조사를 한 다음 진술의 형식적 변형(녹취파일과 녹취서 등본)에 해당하는 증거를 검사에게서 제출받는 우회적인 방식을 취했다"며 "원심 판단에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하거나 증거조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2021년 8월 코로나19를 계기로 개정돼 현행법상으로는 교통이나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증인에 대해서도 영상 신문을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