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차기 일본 총리로 공식 선출되는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재는 29일 일본 민영 후지TV 프로그램에 나와 자위대 훈련기지를 미국에 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자위대가 훈련할 장소를 일본에서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가운데 미일지위협정 재검토로 이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 미일 양국이 함께 훈련하는 것은 미일동맹 강화로 이어진다”고 언급했다.
지난 27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이시바는 선거 기간에도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창설과 미국과 핵 공유, 미일지위협정 개정 등을 주장해 왔다.
이시바 총재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일본에 있는 주일미군 기지 관리를 일본도 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주권 독립국가다. 기지 관리권을 일본도 갖게 되면 책임이 무거워진다"고 지적했다.
일중 관계와 관련해서는 중국 군용기의 일본 영공 침범에 대해 언급했다. 영공 침범에 대한 대응으로 자위대법 84조에 명시된 ‘필요한 조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시 외에 무기를 사용해 상대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위해(危害)사격’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시바 신임 총재는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27일 게재된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1951년 체결돼 이후 개정된 미일안전보장 조약에 대해 “비대칭 쌍무 조약을 고칠 기회가 무르익었다”면서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법적 특권을 인정한 미일지위협정 개정도 주장했다.
이 기고문에서도 이시바 총재는 중국 억제를 위해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하고 이 틀 내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과 미국의 핵 공유와 일본 내 핵 반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핵 공유와 핵 반입은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자는 취지로,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인 ‘비핵 3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재는 지난 16일 토론회에서 핵 공유에 대해 “비핵 3원칙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이 핵을 보유하거나 관리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신문은 “미국에서는 이시바 총재가 언급하는 미일지위협정 개정과 아시아판 나토 구상의 실현성을 의문시하는 견해가 강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