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른바 ‘불황형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금·청약담보대출은 이달 들어서만 800억원가량 늘었다. 계속 높아지는 은행권 대출 문턱에 취약 차주가 점차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5대 은행의 예금·청약담보대출 잔액은 4조95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4조8741억원)보다 799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달 말까지 닷새가 남은 점을 고려했을 때 9월 말 기준 잔액은 5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대출 계좌 수도 급증하고 있다. 5대 은행 예금·청약담보대출 계좌 수는 6월 말 129만3460개에서 △7월 말 30만5116개 △8월 말 132만405개 △9월 25일 133만2897개로 매달 1만계좌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예금이나 청약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차주가 늘었다는 의미다.
예금·청약담보대출은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 중 하나다. 통상 신용도가 낮은 차주가 1·2금융권의 다른 일반 대출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울 때 이용한다. 예금과 청약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심사가 없어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만 담보로 잡힌 수신 상품 운용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최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서민 경제 상황이 힘들어지면서 불황형 대출을 찾는 차주가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한편으론 은행권이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심사를 강화하면서 취약 차주가 대출을 받기 까다로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은행들은 대부분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중단했다. 대출모집인은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 모집 법인과 대출 상담사다. 이에 따라 은행 창구를 통한 대출만 가능하게 됐다. 또 대출금리도 다시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4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상품에 따라 0.10∼0.20%포인트,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만기·보증기관에 따라 0.10∼0.45%포인트 높인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0.20%포인트, 아파트 외 주담대 금리는 최고 0.20%포인트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