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축·구축 할 것 없이 아파트 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는 가운데, 도쿄에서는 중고 아파트 가격이 1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4일, 도쿄 23구의 2024년 8월 중고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전월 대비 2.6% 상승한 7750만엔(약 7억2000만원)으로 1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일본 증시가 이후 급등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물자산인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강해진데다, 매물이 감소 추세에 있는 점이 시세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조사 업체 도쿄칸테이가 이날 주거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70㎡당 가격 동향을 발표한 결과, 도쿄 23구의 가격 상승은 4개월 연속으로 나타났고, 상승률은 ‘부동산 미니 버블’이라 불렸던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도쿄칸테이의 이데 다케시 수석연구원은 “8월에 주가가 급등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 투자자와 부유층의 수요가 한층 강화됐고, 현물자산을 찾는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매도자들이 가격을 올려 중고시장에 아파트를 내놓았다.
신축 때보다 3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도쿄의 대표 번화가로 알려진 미나토구 롯폰기의 '롯폰기 잇쵸메역' 주변은 신축 당시보다 3.69배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도쿄 23구 내에서는 8월 한 달간 2519개가 신규로 매물로 나왔고, 8월 현재 총 1만2252개가 유통되고 있다. 이는 최근 정점을 찍었던 2월에 비해 19% 감소한 수치다. 매물이 감소한 배경에는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내놓지 않는 집주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 6구에서 매물 공급 감소 현상이 두드러진다.
도쿄 23구 외 지역을 포함한 도쿄도 전체의 8월 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2.4%였다. 수도권에서는 사이타마현 1.2%, 지바현 0.3%, 가나가와현 0.9%이었다.
반면 킨키권에서는 오사카부가 0.4% 상승했고 효고현은 0.1% 하락하면서 도심과 도심 외 지역의 양분화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도심에서는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중고 아파트 시장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