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유명 의사 Y씨가 운영 중인 병원에서 펜터민 등 식욕억제제 중독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가 사망하면서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 해 식욕억제제가 2억2500만개 이상, 처방 환자는 112만6000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처방량과 환자 수를 하루 단위로 계산해보니 식욕억제제가 하루에 3086명 이상의 환자에게 61만6600개가 처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자의 식욕억제제 의료쇼핑과 과다처방 요구가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체출받은 ‘2023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식욕억제제 처방량 상위 30명 환자’를 확인해 보니, 환자 A씨는 지난 1년간 식욕억제제 총 6037개를 단 1개 의료기관에서 24번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환자 B씨는 8개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총 5346개를 54번 처방받았다.
올해는 1번의 진료로 평균 635개의 식욕억제게를 처방받은 사례도 있었다. 환자 C씨는 6개월 동안 4번에 거쳐 2540개를 처방받았다. 이 세 사람의 경우 식욕억제제의 불법판매 혹은 오·남용이 매우 의심되는 사례이다.
식약처는 2020년 8월부터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 사용 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기관에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처방권은 의사의 고유 권한으로 가이드라인을 어긴다 해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청소년에게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총 4만 860명의 청소년이 378만2000개를 처방받았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이다. 마약류로 지정돼 관리 중인 식욕억제제는 과다복용 시 불면증이나 환청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심장이상, 정신분열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한다.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식욕억제제로 인한 부작용 보고 건수는 1383건으로 2020년 190건에서 2021년 316건, 2022년 319건, 2023년 342건, 2024년 6월 21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부작용이 심각함에도 식욕억제제가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식욕억제제를 가장 많이 처방하는 의료기관 종은 의원급으로 전체 처방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처방량이 가장 많은 의사 30명은 모두 의원급에서 근무했다. 처방량과 처방 환자 수를 살펴보니 지난 1년간 식욕억제제의 처방량은 6700만개 이상, 처방 환자는 27만4000명 이상으로 전체 처방량의 30.5% 이상, 전체 환자 수의 25.2%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의 처방량이 전체 처방량의 1/3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윤 의원은 “식약처가 올해 6월부터 의사가 환자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펜타닐에 대한 투약만 확인할 수 있어 마약류 식욕억제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과도한 의료 쇼핑도 문제이지만 과도하게 많은 양을 처방하는 병원에 대한 식약처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