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김 부회장과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서울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날 최 회장은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과 고려아연은 수소·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하면서 미래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한화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7.75%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재계에선 단기 이익과 지분 매각에 집중하는 사모펀드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장기적인 미래 신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생기는 만큼 김 부회장이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등판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고객사들은 요청서를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이차전지와 반도체 분야에서 진행되는 탈 중국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성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신성장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줘 결국 국내 이차전지와 반도체 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란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2차 전지 소재 사업을 주축으로 성장하려는 최 회장의 경영 구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지분 5.05%)과 LG화학(1.89%) 등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다른 대기업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두 회사를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한 소재 협력과 미래 기업 가치를 보고 고려아연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 회장간 개인적 친분은 없는 만큼 현대차가 특별한 입장을 따로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식에 MBK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상황에서 최 회장이 국내외 기업과 펀드를 접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데,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접촉 상대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다소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MBK는 “대항공개매수 등 대규모 투자를 위한 협의는 비밀 유지가 만남의 전제”라며 “만난 것을 공개하는 게 상대방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아직 돌파구를 찾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가격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주가를 관리해 공개매수 흥행을 막고 후일을 도모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MBK는 법률전문가를 인용해 대항공개매수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최 회장 뿐만 아니라 우군으로 거론된 회사·펀드도 부정거래행위와 시장질서교란행위 등 법적 논란에 연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화의 경우 기존 고려아연 보유 주식이 있는 만큼 이번 회동의 구두협의 내용에 따라서는 의결권 공동행위자로 인식되어 ‘5%룰 공시 위반’ 여부도 검토될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24일 전문경영인인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 주도로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다.